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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국과 이란 싸움에 이라크가 떤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 가능성에 이라크가 떨고 있다. 이란이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조직들을 부추겨 이라크 주둔 미군을 공격할 경우 이라크군이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미국 정부가 경고했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가 15일(현지시간) 이라크 주재 직원들 일부를 철수시키면서 미군의 이라크군 대상 공격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6일(현지시간) 이라크 주둔 미군 공군기지 아인 알아사드 기지를 방문해 장병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알안바르뉴욕타임스

 

미 국무부는 이날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대사관과 아르빌 주재 총영사관에 근무하는 필수 요원을 제외하고 모든 직원들은 즉각 이라크를 떠나라고 지시했다. 미 대사관은 웹사이트를 통해 “미국인과 미국 시설을 겨냥한 이란 세력들의 새로운 위협이 임박했다는 정보에 따라 이런 지시가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위협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은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지만 이라크는 자국 내에서 미군의 군사행동이 본격화되고 그 공격대상이 이라크군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중동전문매체 알모니터는 아델 압둘 마흐디 이라크 총리 측근의 말을 인용해 지난 7일 이라크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이라크 주둔 미군이 공격받을 경우 인민동원군(PMU)을 응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PMU는 친이란 성향의 이슬람 시아파 민병대 연합체로 이라크군과 함께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펼쳤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이라크 정규군대로 편입됐다. PMU 공격은 사실상 이라크군에 대한 공격인 셈이다. 

 

이라크는 폼페이오 장관의 경고성 방문 이후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라크 국가안보회의(NSC)는 전날부터 이틀 내내 열렸다. NSC 고위급 참석자인 사예드 알자야시는 이날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민병대를 포함해 군사행동과 관련된 모든 단체 대표들에게 무슨 일이든 벌어지면 그건 이라크 정부가 아닌 당신들 책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PMU에 소속된 시아파 민병대만 30개가 넘고 대원수도 12만명을 훌쩍 넘는다. PMU에 편입되지 않은 친이란 무장조직도 많아 모든 위험조직을 통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 정부 한 관료는 알모니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IS로 위장한 친이란 무장조직의 미군 공격이다”고 말했다. 이란이 실제 이런 방식으로 추종세력들을 부추겨 테러를 저지를 경우 이란은 책임을 피해갈 수 있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이라크가 입기 때문이다. 

 

미국이 불확실한 정보에 의지해 이라크를 비롯해 중동지역 전체에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알모니터는 이란 남부 페르시아만에 위치한 키시섬에 이란이 지원하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캠프를 차리고 있다는 이스라엘의 첩보가 대규모 미군 항모전단 파견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CNN은 이란이 보트를 이용해 단거리 미사일을 페르시아만에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군이 이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들 위협을 미국 정부가 공식으로 확인한 적은 없다. 뉴욕타임스는 조지 W 부시 정부가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잘못된 정보에 근거해 2003년 이라크 침공을 했을 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