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

트럼프 "이란, 전쟁 원하면 종말 맞을 것"…그래서 이란과 전쟁까지 갈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이란이 전쟁을 원한다면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면서 “다시는 미국을 협박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양국이 전쟁까지 가는 일은 없길 바란다면서 군사 충돌 가능성을 낮추려고 애쓰던 모습과는 정반대다.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위협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과 실제로 양국의 군사적 충돌이 본격화될 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발언은 이날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로켓 공격이 발생한 이후에 나왔다. 아직까지 배후를 자처한 단체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미국 정부는 이란을 의심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앞서 지난 15일 이라크 내 미국인과 미국 시설을 겨냥한 이란 세력의 새로운 위협이 임박했다며 대사관과 총영사관에 근무하는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전원 철수를 지시한 바 있다. 알자지라 등 외신들은 지난주 미국의 중동지역 주요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송유관이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 후티반군의 공격을 받은 데 이어 미국을 직접 겨냥한 공격까지 발생하자 위협발언 수위를 높인 것으로 봤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이란과 전면 군사충돌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예외조치 중단, 금속제품 수출 제재, 정예군 혁명수비대의 외국테러조직 지정에서 보듯이 경제적으로 이란을 최대한 압박한 뒤 협상테이블로 끌어내 미국에 유리한 재협상을 성과로 내세우려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시험 발사했을 때도 “미국과 신뢰를 저버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정권교체를 바라는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도 끝내 군사개입 카드를 꺼내들지 않았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전부터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잘못된 것이라고 여러 차례 지적하기도 했다. 


이란이 이라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군사강국이라는 점도 군사충돌 카드를 꺼내들기 어렵게 만든다. 이란은 현역군인 52만3000명에 예비군도 25만명이 넘는다. 전시 동원 가능 병력은 약 80만명으로 이라크 침공 당시 이라크 병력 44만명의 거의 2배에 달한다. 육지전만 펼치면 되는 이라크와 달리 이란은 해상에서도 미군을 괴롭힐 수 있다. 특히 혁명수비대의 고속정을 활용한 자살폭탄 부대는 미국의 대규모 항모전단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평가받는다. 중동지역에서 가장 다양하며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는 이란의 탄도미사일도 미군에게는 큰 위협이다. 

 

이란이 중동지역 곳곳에 척후병 역할을 하며 때론 자국의 군사작전에 기꺼이 참여할 이슬람 시아파 무장조직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미국의 군사행동을 머뭇거리게 한다. 이란은 인접국 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초승달 벨트’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동맹국 이스라엘 머리 위에 자리한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대규모 동시다발 로켓공격을 실시할 경우 미국으로서는 전선이 확장돼 더욱 어려운 싸움을 해야만 한다. 헤즈볼라가 보유한 로켓은 13만발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이 미국의 동맹국인 터키·이라크·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에 둘러싸여 있다고는 해도 이들 동맹국이 미국과 수시로 갈등하는 ‘무늬만’ 동맹인 나라라는 점에서 큰 이점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터키는 러시아산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구매하는 것을 두고 미국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고, 사담 후세인 축출 이후 시아파 정부가 들어선 이라크는 이란과 혈맹수준의 유대감을 자랑하고 있다. 이라크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이란과 전쟁까지 가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위협 발언은 실제 군사행동에 나서겠다는 뜻이 아니라 억지력 차원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아담 테일러는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란에 마땅한 군사대응 카드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협상테이블에서 군사행동 카드를 배제하면 이란이 느낄 압박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오히려 위험요소는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전쟁을 부추기는 관료들과 국가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란 직접 타격도 불사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영향력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많다. 트럼프의 측근인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도 최근 이란 문제와 관련해 볼턴이 “정부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최근 핵개발 재개 의사를 밝힌 이란의 위협에 이스라엘 정보당국 모사드가 마구잡이로 이란 위협 첩보를 흘리며 중동지역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미국 중동전문 매체 알모니터는 이란 남부 페르시아만의 키시섬에 헤즈볼라가 캠프를 차리고 있다는 모사드의 첩보가 인근 해역에 미국의 대규모 항모전단과 폭격기 부대를 배치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유럽 동맹국들은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만에 하나 우발적인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까 두려워하고 있다. 안보정책에 있어서는 미국과 대체로 보조를 맞춰왔던 영국도 최근 이란군의 특이동향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미국의 과잉군사행동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14일 이란의 군사위협에 맞서 미군 항모전단과 공동 군사작전을 벌이기 위해 파견된 구축함 멘데스 누네스호를 철수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