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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트럼프, 사우디엔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하며 무기 판매 VS 이란엔 군사압박 수위 계속 높여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이란의 군사위협 고조에 따른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의회 검토·승인 없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동맹국으로 대규모 무기 판매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사태 선포시 해외로 무기판매계획을 의회에 30일 전 사전통보하지 않아도 된다는 무기판매법 36조를 발동하면서 의회를 우회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본으로 출국을 앞두고 중동지역으로 미군 1500명 추가 파병 계획 밝혔다. 실제 군사위협이 확인되지 않은 이란에 대한 군사압박 수위는 계속 높이는 반면, 예멘 내전에 개입해 막대한 인명피해를 내고 있는 사우디는 군사적으로 전폭 지원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란의 군사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가 이달 중동지역에 파견한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에서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AP통신

 

트럼프 정부는 사우디·아랍에미리트연합(UAE)·요르단을 포함한 중동 동맹국들에 81억달러(약 9조6000억원) 상당의 무기 22종과 군사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레이시온사가 만든 정밀유도병기, 레이온과 록히드마틴이 공동 제작한 탱크 투창 미사일, 보잉사의 F-15 전투기 등이 포함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대량 판매로 F-16 전투기에 엔진을 공급하는 제너럴일렉트릭도 이득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CNN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날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번 조치의 시급성을 설명하는 동시에 의회의 시간끌기를 비난했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서한에서 “동맹국들이 이란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고 중동지역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다”고 밝혔다. 의회 반발을 의식한 듯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앞선 미국 정부들에서도 네 차례나 무기판매법 36조가 발동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기 수송이 지연될 경우 핵심 동맹국들의 항행안전과 이들 국가들과 상호 군사협력에 심각한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우회조치에 여야를 막론하고 비난이 쏟아졌다. 야당인 민주당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이들 국가들에 무기판매를 반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법의 약점만 노렸다”면서 “예멘 폭격으로 인도주의 위기만 심화시킬 사우디에 긴급하게 무기를 팔아야 할 어떤 새로운 이유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공화당 마이클 맥콜 의원도 “대통령의 유감스러운 결정”이라면서 “향후 정부와 의회 간 협력에 손상을 입힐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이란에 대한 군사압박 수위를 높이는 조치를 내놨다. 전투기 비행중대·패트리어트 미사일 요원·공병을 포함한 미군 1500명을 추가로 중동지역에 파견하기로 한 것이다. 트럼프는 주로 방어차원이라고 강조조하면서 “현재로선 이란이 우리와 싸우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장관은 이튿날인 25일 “우리 지역(중동)에서 증가하고 있는 미국의 존재는 매우 위험하며 세계 평화와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