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앙겔라 메르켈 정부가 반유대주의에 저항하는 의미로 유대교 전통 모자 키파를 쓰자고 촉구하고 나섰다. 독일 연방정부 기구인 반유대주의 투쟁 위원회(BMI)가 27일(현지시간) 낸 성명에서 향후 유대인 혐오공격이 일어난다면 키파를 쓰고 거리에 나서자고 독려했다고 도이체벨레 등이 보도했다.
이날 성명은 오는 31일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점령에 반대하는 국제 연례행사 ‘쿠드스의 날’을 며칠 앞두고 유대인 대상 공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발표됐다. 최근 독일 내에서 반유대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유대인 상대 범죄가 급증하면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메르켈 정부가 공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메르켈 총리 대변인 슈테펜 자이베르트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 나라 어디서든, 누구든 키파를 쓰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임무이고 우리는 이를 변함없이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유대인들의 키파 착용 자제를 당부했던 펠릭스 클라인 BMI 위원장은 유대인 표적 공격을 우려한 비상경보 차원의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독일 어디든 유대인 또는 다른 소수자들이 가지 못할 곳은 없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총리실이 직접 개입하자 클라인 위원장이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은 클라인 위원장의 25일 발언을 두고 “반유대주의에 대한 항복으로 독일에서 유대인들이 안전하지 않다는 증거다”고 비판했다.
시리아 내전 이후 특히 독일에서 난민위기가 고조되고 ‘독일을 위한 대안(AfD)’ 같은 반이민 극우정당들이 득세하면서 반유대주의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독일 내무부는 지난 14일 지난해 반유대주의 공격이 총 1799건이 발생했으며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당시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은 “가해자의 약 90%가 우익 과격주의자의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리아·아프가니스탄·이라크 등 주로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이 높은 나라 출신 이민자들이 최근 독일로 많이 유입된 것도 반유대주의 증가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유대인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복장을 한 이들이 주요 공격 대상이 됐다. 지난해 한 19세 시리아 청년이 키파를 쓴 유대인을 향해 벨트로 채찍질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후 BMI는 여러 차례 유대인들에게 공공장소에서는 키파 착용을 자제해달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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