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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국, 16년 만에 사우디로 자국 전투병력 배치…동맹국들에는 호르무즈해협 감시단 참여 재차 압박

미국이 이란의 역내 최대 라이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자국 전투병력을 보내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공식 확인했다. 미군 전투병력의 사우디 주둔은 2003년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철군 이후 16년 만이다.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동맹국들과의 군사 연대를 통해 이란을 최대한 압박하겠다는 뜻을 더욱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케네스 매켄지 미군 중부사령부 총사령관이 18(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를 방문해 사우디 군인들과 악수하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병력 이동은 추가적인 군사 억지력을 제공하며, 최근 새로 불거지고 있는 위협으로부터 우리 군과 이익을 보호하는 능력을 보장할 것이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병력 규모와 배치 장소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알자지랑 등 주요 외신들은 미 국방부 관료들을 인용해 약 500명이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남쪽으로 약 80㎞ 떨어진 술탄왕자기지에 배치돼 패트리엇 방공미사일을 운용 임무를 맡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F-22 스텔스 전투기 부대도 조만간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당시 많게는 200대 이상의 미군 전투기가 술탄왕자기지에 머물렀으며, 일 최대 2700건의 군사작전을 수행한 바 있다. 

 

사우디 파병계획은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군과 이란군 간 직접 충돌 위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점에 나왔다.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는 지난달 20일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며 호르무즈해협 상공을 날고 있던 미군 무인정찰기(드론)을 격추시켰다. 이란은 앞서 지난 5월에도 미국의 중동지역 동맹국 사우디·아랍에미리트연합(UAE) 상선들을 공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하지만 미군의 전략자산을 직접 공격한 것은 지난 6월 공격이 처음이었다. 

 

미국 국무부는 세계 각지의 동맹국들에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동맹국 감시단’ 참여를 재차 압박했다. 브라이언 훅 국무부 이란정책특별대표가 이날 자국 주재 60여 개국 외교단 100여 명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 불러모아 호르무즈해협 안보 관련 미국 정부의 구상을 소개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상선에 군사 호위를 제공하기 위한 연합체 구성을 추진해왔다. 

 

이날 훅 대표는 특정 국가의 이름을 거론하거나 참여를 촉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브리핑으로 트럼프 정부의 구상을 공식화한 만큼 각국에 동참 요청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매체 NHK 영문판은 이날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25일 플로리다에서 회의를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