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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국 "터키, F-35 스텔스기 공동개발·인도 프로그램서 제외"

미국이 터키를 F-35 스텔스 전투기 공동개발 및 인도 프로그램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는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이 참여하는 부품공급망에서 터키를 제외하고, 완성된 전투기도 터키로 인도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터키는 이미 미군의 시리아 내 대테러전 파트너인 쿠르드족에 대한 꾸준한 군사위협으로 미국과 갈등하고 있다.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조치는 터키가 지난 12일 나토의 최대 안보위협인 러시아에서 만든 방공미사일 시스템 S-400 부품을 들여온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은 물론 나토 회원국들은 F-35 전투기 핵심기술인 스텔스 기능의 약점이 러시아의 S-400 레이더 시험 가동을 통해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터키는 65년 동안 나토 소속으로 믿을 만한 파트너 국가였지만, S-400을 도입하면서 나토 동맹국들이 러시아의 첩보시스템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머무르며 F-35 스텔스기 조종 훈련을 받고 있는 터키 군인을 포함해 엔지니어들을 이달 31일까지 추방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미 지난해 터키로 인도한 전투기를 다시 미국으로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터키가 입을 경제적 손실까지 언급하며 S-400 인수 철회를 압박했다. 터키는 F-35 스텔스 전투기 부품 중 900개 이상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엘렌 로드 미 국방부 차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터키는 유감스럽게도 많은 일자리와 경제적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면서 “공동 프로젝트 진행으로 얻게될 것으로 예상됐던 수익 90억달러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의 입장도 강경하다. 터키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는 공정하지 않으며 향후 양국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는 당초 미국의 방공미사일 패트리엇 시스템을 사려고 했지만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하자 S-400 구매로 방향을 틀었다. 앞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는 이 프로그램에 15억달러를 투자했다”면서 “프로그램에서 제외되면 국제사회에 중재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의 강경한 입장은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미국이 자신들과의 관계를 악화되도록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터키 인시를릭 공군기지는 이슬람국가(IS)의 주활동 무대였던 이라크 북부 및 시리아 동부 지역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대테러 전쟁의 요충지로 꼽힌다. 러시아 견제라는 측면에서도 터키의 군사적 가치는 높다. 

 

미국은 ‘당분간’ 제외라면서 터키가 언제든 S-400 인수를 철회할 경우 프로그램에 복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터키를 제외하면서 치러야 할 비용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당장 터키를 부품공급망에서 제외하면 다른 곳에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데 최소 5억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 터키는 향후 약 10년간 F-35 스텔스 전투기 116대를 사들일 예정이었다. 신문은 이 정도로 대량구매할 다른 나라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