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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편견의 벽마저 넘겨버린 ‘슈퍼볼’


에어비앤비가 5일 미 미식축구 결승전 중간광고에서 여러 인종의 얼굴을 나란히 놓고 “더 많이 받아들일수록 세상은 더 아름다워진다”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미식축구리그(NFL)와 중계방송을 맡은 폭스는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이 정치적 행사가 되는 걸 막으려고 애썼지만 헛수고였다. 5일(현지시간) 텍사스 휴스턴에서 열린 슈퍼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에 대한 비난 여론과 맞물려 어느 때보다 정치적인 행사가 됐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경기 전 영상메시지로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슈퍼볼은 평화와 우정, 연대의 상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코카콜라, 에어비앤비, 버드와이저 등의 광고는 이민자가 세운 나라 미국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하프타임쇼를 장식한 인기 팝스타 레이디 가가도 자유와 통합의 가치를 강조했다. 슈퍼볼이 정치를 만났다.


코카콜라는 2014년 슈퍼볼 때 썼던 광고를 재활용했다. 이 광고에는 히스패닉, 흑인, 히잡을 쓴 여성 등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7개국 언어로 이어 부르는 ‘아메리카 더 뷰티풀(America the Beautiful)’은 배경음악으로 깔렸다. 3년 전 광고의 마지막 문구였던 “미국은 아름답다”는 “함께하는 것은 아름답다”로 바뀌었다.


코카콜라는 3년 전 미식축구 결승전에 썼던 중간광고를 다시 쓰면서 마지막 문구만 “함께할 때 아름답다”고 바꿨다.

코카콜라는 3년 전 미식축구 결승전에 썼던 중간광고를 다시 쓰면서 마지막 문구만 “함께할 때 아름답다”고 바꿨다.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의 광고는 직접적으로 포용의 가치를 강조했다. 눈동자,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나란히 놓고 “더 많은 걸 받아들일수록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것”이라는 문구를 띄웠다. 브라이언 체스키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앞으로 5년간 집이 필요한 사람 1만명에게 단기 거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 장관을 지낸 존 케리는 이날 트위터에 체스키의 계획을 칭찬하면서 “리더십은 이런 때 필요한 것”이라고 썼다. 미국 최초의 흑인 법무장관이었던 에릭 홀더 캘리포니아 주정부 고문은 트위터에 “이게 진정한 우리의 모습”이라며 하나된 미국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건축 자재업체 84럼버는 폭스의 요구를 수용해 슈퍼볼 중간광고 내용을 수정했다. 하지만 웹사이트에 따로 낸 광고를 통해 멕시코 국경장벽을 짓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을 비판했다. 광고에는 멕시코인 모녀가 산 넘고 물 건너 국경선에 도착하지만 그들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장벽 앞에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내 거대한 문을 발견하고는 그 문을 열고 나가 미국으로 들어간다. 광고는 “이곳은 성공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환영”이라는 문구로 마무리된다.


레이디 가가.

레이디 가가.


레이디 가가의 하프타임쇼는 큰 기대를 모았다. 가가는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고 트럼프 반대시위를 했다. 평소 성소수자들 인권에도 적극 목소리를 내 왔다. 늘 거침없는 언행으로 이목을 끄는 그이기에 어떤 발언을 할지 많은 언론들이 주목했다.


가가는 히트곡 메들리로 공연을 꾸미고 “미국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자유와 정의라는 가치 아래 묶인 나라”라고 말한 것 외에는 정치적 발언을 아꼈다. 하지만 성소수자들의 찬가인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를 공연 레퍼토리에 끼워넣은 것 자체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평가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