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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유의 여신상 참수하는 트럼프…독일 슈피겔 표지 논란

자유의 여신상을 참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미지를 표지로 내건 독일 슈피겔.

자유의 여신상을 참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미지를 표지로 내건 독일 슈피겔.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자유의 여신상을 참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화 이미지를 표지로 앞세워 논쟁의 중심에 섰다. 4일(현지시간) 발행된 잡지 표지에는 트럼프가 참수한 여신상의 머리와 피가 묻은 칼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슈피겔과 만평가는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트럼프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건의 객관적인 관찰자로서 언론의 본분을 망각하고 테러 희생자들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비난이 나온다.


클라우스 브링크바우머 슈피겔 편집장은 사설에서 “트럼프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쿠데타를 하고 있다”면서 “자유를 제한하는 민주주의를 세우려 한다”고 비판했다. 표지그림을 그린 만평가 에델 로드리게스는 워싱턴포스트에 자신을 1980년 쿠바에서 정치적 박해를 피해 미국에 들어온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이슬람국가(IS)와 트럼프 모두 극단주의자들”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27일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 이슬람 7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막는 행정명령에 서명해 세계를 혼란과 분노로 몰아넣었다. 앞서 지난 15일 발간된 독일 빌트와 인터뷰에서는 메르켈의 난민정책을 비판했다. 트럼프는 “어디 출신인지 아무도 모르는 난민을 받아들인 것은 큰 실수였다”면서 메르켈의 난민정책을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다른 독일 언론들은 슈피겔의 표지가 신중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트럼프가 언론이 편향됐다고 비난하는 데 빌미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와 이슬람극단주의를 너무 단순하게 동일시했다고 꼬집었다. 디벨트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기록하는, 사건의 객관적인 관찰자로서 역할에서 벗어났다”고 비판했다.


강도와 표현방식은 달라도 트럼프에 비판적인 언론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무질서한 정책이 공화, 민주 양당을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다면서 화염병을 던지는 트럼프의 이미지를 실었다. 미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던 뉴요커는 자유의 여신상이 들고 있는 횃불이 꺼지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이미지를 표지에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