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시리아 소년이 구호활동가에게 물었다. “죽음이 뭔가요.” 소년의 아버지는 얼마 전 차량폭탄테러에 목숨을 잃었다. 구호활동가가 “아버지가 천국에 갔을 것”이라고 위로하자, 소년은 며칠 지나 “나도 천국에 가겠다”며 스카프로 목을 감아 자살을 시도했다.
오랜 기간 전쟁에 노출된 시리아 아이들이 자해나 자살까지 시도하는 ‘독성스트레스’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성스트레스는 큰 재앙을 지속적으로 겪어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스트레스를 뜻하는데 정신질환 뿐 아니라 신체적 문제로도 나타난다. 눈 앞에서 가족이 숨지는 모습을 본 아이들은 공격적인 행동이 잦아지고 말을 더듬거나 심한 경우 말을 잃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7일 시리아에 거주하고 있는 아동, 부모, 구호단체활동가 등 450명을 인터뷰해 ‘보이지 않는 상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서 조사 대상의 80%는 스스로 또는 관찰한 아이들이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어떤 아이는 “내 손으로 (폭격하는) 비행기를 부숴버리겠다”고 반복적으로 외쳤고, 줄곧 말 대신 비명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아이도 있었다. 성인 응답자의 27%는 전쟁이 시작된 이후 아이들의 자해, 자살 시도가 늘었다고 했으며, 48%는 아이들이 말을 더듬거나 실어증에 걸리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내전 발발 6년을 앞두고 발표된 이번 보고서는 처음으로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초점을 맞췄다. 독성스트레스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아이들에게 가장 충격을 주는 것은 끊이지 않는 폭격과 공습이라고 성인응답자의 84%가 답했다. 인터뷰에 응한 아이들의 3명 중 2명은 전쟁이나 공습으로 다치거나 가족 또는 주변 사람을 잃은 경험이 있었다. 보고서는 아직도 최소 300만명의 아이들이 공습과 폭발물 공격 위험이 높은 지역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아이들이 가장 안전하다고 느껴야 할 학교에도 폭격이 끊이지 않는 것은 독성 스트레스를 더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알렉산드라 첸 하버드 의대 정신과 전문의는 보고서에서 “독성 스트레스는 뇌와 다른 장기 발달을 더디게 하고, 성인이 되서도 각종 정신질환과 마약·알코올 중독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가족을 잃은 아이들의 슬픔과 스트레스는 폭발하기 직전”이라고 경고했다.
시리아 정부군이 의도적으로 의료시설을 폭격하고 떠나는 의료진이 늘면서 이런 아동들은 치료 받을 곳도 잃었다. 주민 100만명 당 정신과 의사가 단 한 명만 남은 곳도 있었다. 미국의 국제의료단체 ‘인권을 위한 의사회’는 의료시설 공격의 90% 이상이 정부군 측이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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