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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트럼프 폭주 10일…소송만 42건

트럼프 폭주 10일…소송만 42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열흘’이 무더기 소송전으로 얼룩지고 있다. 트럼프가 취임한 후 열흘 만에 제기된 소송이 마흔 건을 넘었다. 반이민 행정명령과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폐지 방침 등 ‘트럼프의 폭주’를 멈춰 세우려는 몸부림이다. 극심한 갈등과 분열에 내몰린 미국 사회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미국 CNN은 지난달 31일까지 트럼프 또는 트럼프 정부와 관련해 연방법원에 42건의 소송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버락 오바마 전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11건)의 4배에 가깝다. 첫 소송은 반이민 행정명령 시행 첫날인 지난 28일 존 F 케네디 공항에 억류된 이라크 남성 2명이 냈다. 이들은 법률구조 인권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도움을 받아 뉴욕 연방지방법원에서 승소했다. 공항에 발이 묶였던 하미드 칼리드 다르위시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후 10년 동안 미국의 군사작전을 도왔다. 국방부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이라크전쟁 당시 미군을 위해 일한 사람들이 행정명령으로 입국이 거부되는 일이 없도록 해당자 명단 작성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시는 이민자 보호를 선언한 성소 도시(Sanctuary City)들에 연방재정 지원을 끊겠다는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31일 위헌 소송을 냈다.


앞서 30일 워싱턴주는 법무장관 밥 퍼거슨이 위헌 소송을 제기하면서 반이민 행정명령에 법적으로 반대한 최초의 주가 됐다. 다음날 뉴욕, 매사추세츠주 법무장관들도 가세했다. 버지니아 주정부는 영주권을 소지하고도 입국이 거부된 예멘인을 대신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민자의 노동력과 경제활동에 의존하는 지방정부들을 중심으로 반대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시민단체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들(CREW)’은 트럼프가 헌법이 규정한 공무원 보수 조항을 위반했다며 지난달 23일 소송을 냈다. 공무원은 외국 정부로부터 돈이나 선물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헌법 조항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외국 정치인들이나 외교관의 로비에 트럼프 호텔이 활용될 수 있는 점을 문제삼은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된 뒤에도 기업자산을 매각하지 않았다. 그는 자산을 신탁하되 두 아들에 관리를 맡겨 논쟁의 소지를 남겼다.


오바마 정부의 핵심 정책이던 ‘오바마케어’도 막대한 액수의 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보험회사 몰리나 헬스케어는 출범 직후 오바마케어 시행을 중단한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5200만달러 상당의 피해보상 소송을 냈다. 정부가 손실 보전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한 돈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바마케어는 전 국민 보험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보험회사가 보험료를 일방적으로 높게 책정하지 못하도록 했다. 대신 수익률이 높은 회사로부터 걷은 돈을 수익률이 낮은 회사에 지불해 손실을 보전해 준다. 몰리나 헬스케어처럼 오바마케어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연방정부에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키스톤XL 송유관 건설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한 행정명령도 법적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24일 오바마 정부에서 승인을 거부한 송유관 건설 사업을 가능케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시행사인 트랜스캐나다는 곧바로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으나 텍사스주 연방지법의 결정에 막혔다. 법원은 행정명령이 제시한 60일의 사업성 타당 검토기간에 국무부가 사업 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며 30일 판단을 석 달간 유보한다고 했다. 사업 재개 결정이 나더라도 송유관이 지나는 지역의 주민들과 환경운동가들의 저항에 부딪히는 등 극심한 다툼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