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

옷깃을 세워 걸으며 듣는 노래



겨울 바람이 코트 깃을 헤치고 자맥질해 들어옵니다. 바람은 귓등을 때리며 윙윙 소리를 내구요. 밖은 춥지만 마음만은 따뜻하게 해 줄 노래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아, 그닥 건질 만한 팩트는 없을 거예요. 저도 아티스트의 대소사를 다 알지는 못합니다. 그저 추운 겨울, 따뜻한 감성을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요즘 저의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들 읊어봅니다.



1. Open Arms

by Journey





197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결성된 저니는 하드록, 재즈록 밴드로 출발했지만 미성의 보컬 스티브 페리를 영입하면서 성인 취향의 팝록으로 전환합니다. 물론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좋은 멜로디와 훌륭한 연주 실력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음반을 꾸준히 발매해 온 이들을 좋아합니다. 1981년 발표한 음반 <이스케이프>에 수록된 곡인데요. 나중에 머라이어 캐리가 리메이크 하기도 했죠. 그의 매끄러운 고음도 좋지만 약간은 까끌까끌한 보컬의 맛이 도드라진 원곡이 저는 좀 더 좋네요. 두 팔 벌려 안아줄 사람 없는 저는 그냥 이 노래로 만족할까 합니다.




2. I Walk The Line

by Johnny Cash




사실 저는 이 노래를 영화 <앙코르>에서 먼저 들었습니다. 2006년 개봉된 영화 <앙코르>의 원제가 바로 이 노래에서 따온 <Walk The Line>이랍니다. 2004년 흑인 소울음악의 대부 레이 찰스의 업적을 기린 헌정영화 <레이>에 이어 나온 것이니 그가 얼마나 미국 대중음악사에서 큰 영향력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노래 제목처럼 자니 캐쉬는 경계선 위를 걷던 남자입니다. 백인이면서도 흑인음악과의 교배를 통해 색다른 자기만의 것을 개척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죠. 백인 전유의 산골음악인 힐빌리에 흑인의 리듬 앤 블루스를 결합한 로커빌리로 1950, 60년대 당시 반항기 가득한 청춘들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그랬듯이 흑인 음악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손가락질도 받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자기 고집을 꺾지 않은 그를 존경합니다. 그 고단한 여정을 닮은 노래라서 더 짠하게 느껴지는 것 같네요. 



3. Simple Man

by Lynyrd Skynyrd




서던록의 대표 주자 중 하나인 이들의 1973년 데뷔앨범에 수록된 'Simple man'은 가사가 참 좋습니다. 어머니가 자식에게 말합니다. "인생을 서둘지 말고 여유를 갖고 살거라. 살면서 위기가 오지만 곧 지나갈 거야. 물질을 탐하지 마. 중요한 너 자신이야. 할 수 있다면 나를 위해서 순수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어 주겠니?" 

저희 어머니가 하신 말씀도 아닌데 괜시리 반성해보게 됩니다. 꾸벅 -_-



4. 비포 선라이즈

by 이적(Duet With 정인)



구급대원의 일상을 체험하는 한 TV 프로그램 중 제 마음을 건드렸던 말이 하나 있습니다. "하나 하나 감정 다 느끼면 이 일 못해요"
기자일에도 이 말은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 웬만한 일엔 동요하지 않는 사람이 돼버린 것 같기도 하고. 감정을 안 들키려는 노력이 몸에 배어버린 건지 제 안에 감정이 소멸해버렸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이런 뜨거운 노래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답니다. 외로움도 슬픔도 반가운 겨울입니다. 



5. 서로가

by 이문세



작곡가 이영훈씨와 음악적 결별을 말한지 2년만에 다시 손잡고 만든 1995년 9집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나질 않는데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와 노래 부르던 모습이 불현듯 생각납니다. 엄마품에 안긴 듯, 기분좋은 꿈을 꾸는 듯 더없이 편안한 얼굴이었어요


시청역에서 제가 일하는 경향신문으로 가는 정동길엔 고인이 된 이영훈씨를 기리는 아담한 조형물이 하나 있습니다. 바쁜 일상에 잊고 지나칠 때도 있지만 오늘만은 이 말을 가슴 속에 새기고 싶네요. 


'고맙습니다. 당신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구를 위하여 국가는 불리나 Chapter 2  (0) 2017.02.27
Passion Pit, 마음의 소리를 따라서  (0) 2017.02.27
위대한 귀요미 조용필  (4) 2013.04.17
봄날의 롤링 스톤스를 좋아하세요?  (2) 2013.04.03
조용필처럼  (0) 2013.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