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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누구를 위하여 국가는 불리나 Chapter 2

우리나라의 국가는 '애국가'다. 공식 국가로서 지위를 규정한 법령은 없지만 관습법을 따르듯 애국가를 국가로 받아들인다. 애국가는 국가의 제목일 뿐 모든 나라가 국가를 애국가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미국 국가 제목은 'Star Spangled Banner'이고, 영국 국가는 'God Save The Queen'이다. 다만 이들 노래에 공통점이 있다면 민족적 자부심을 담고 있으며 애국 정서를 북돋운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국가는 모두 애국가라 할 수 있다.


생각해봐야 할 부분은 어떻게 국가(國家)를 인식하느냐에 따라 국가(國歌)에 대한 해석은 달라진다는 것이다. 영국 하원의원 Andrew Rosindell은 공영방송 BBC에서 하루 방송을 마치고 국가를 틀던 전통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BBC2의 간판 프로그램 "뉴스나이트"는 Rosindell의 요구대로 'God Save The Queen'을 틀었다. 논란이 된 건 이 노래가 국가가 아니라 펑크 밴드 Sex Pistols가 부른 'God Save The Queen'이었기 때문이다.
'God Save The Queen'은 Sex Pistols의 문제작 [Never Mind the Bollocks Here's the Sex Pistols] 수록곡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됐던 곡이다. 밴드는 여왕은 신의 대리자로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국가의 관광수입을 위한 허울뿐인 존재로 난도질한다. "뉴스나이트"는 노래뿐만 아니라 밴드가 공연하는 영상을 함께 내보냈다. Rosindell이 여왕과 국가를 동일시하고 브렉시트 결정을 제국주의 시절 영국의 위상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으로 보는 데 "Great Fuck You"를 날린 것이다. 동시에 BBC는 국가권력자의 이익에 봉사하는 국영방송이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공영방송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무엇이 진정 국가를 위한 길일까. 국가는 개인들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며 동시에 공동체다. 민족, 국경이라는 틀로 문을 걸어 잠그고 다른 집단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이 국가일 수는 없다.

< 정치적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The Smith의 Morrissey와 Johnny Marr >

영국은 브렉시트 논란으로 나라가 둘로 쪼개졌다. 밴드도 예외는 아니다. 브렉시트에 대한 멤버 간 이견으로 The Smith 재결성은 물거품이 됐다. 보컬 Morrissey는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두고 "참으로 훌륭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 극우파 선동가로 영국독립당(UKIP) 당수였던 Nigel Farage 지지자이기도 하다. 기타리스트 Johnny Marr는 지난해 11월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그가 Farage를 찬성한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재결성은 없다고 암시했다. 

Marr는 브렉시트 캠페인을 펼치던 Farage를 나치에 비유한 바 있다. 지금 영국은 제국주의 시절 영국이 아닐뿐더러 그 야망을 실현할 만한 힘도 없다. Marr가 비난하고 싶었던 것은 국가와 민족을 앞세운 폭력은 아니었을까.
국가(國歌)는 무조건 경건하게 불러야만 하는가를 두고도 의견은 갈린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윤도현밴드(현 YB)는 국가대표팀 응원곡으로 '애국가'를 택했고, 이를 록버전으로 바꿔 불렀다. 빠른 템포의 드럼비트에 맞춰 부르는 노래는 경건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힘이 넘치고 신이 났다. 하지만 한 나라의 국가를 그렇게 가볍게 불러도 되느냐고 질타하는 목소리 또한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시나위 리더 신대철은 당시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윤도현을 변호했다. 애국가를 대하는 태도에 서려 있던 권위주의를 해체한 시도로 평가한 것이다. 해방 이전 우리 민족이 스코틀랜드의 민요 'Auld Lang Syne'를 국가처럼 부르며 나라 잃은 설움을 달랬던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국가는 애국가이면서 동시에 응원가가 될 수도 있다는 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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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국가 FREE 애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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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대한 가장 혁신적인 재해석은 아마도 Jimi Hendrix의 'Star Spangled Banner'일 것이다. 지금도 전설로 회자되는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이었던 1969년 8월 18일. Hendrix는 특유의 뒤틀리고 늘어지는 기타 주법으로 국가를 일그러뜨렸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시절, 미국에서는 그에 맞선 반전운동 열기도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기타 연주라기보다는 전투기의 공습 같았던 Hendrix의 연주는 가장 강력한 반 국가(國家) 메시지로 읽혔다. 

Hendrix의 재해석은 자유와 평화에 대한 울부짖음으로도 해석된다. 국가든 뭐든 개인의 자유를 속박하는 모든 존재를 부정하는 히피들 앞에서 굳이 Hendrix가 반국가적인 메시지를 설파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인 전쟁을 비난하고 싶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가를 비틀어 연주한 것도 특별한 의도가 있었다기 보다는 모두가 다 아는 노래를 통해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라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사실 미국과 영국 다 우리에겐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지난해 11월19일 촛불집회에서 전인권이 부른 애국가가 더 와 닿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게 나라냐"는 울부짖음에 전인권은 우리의 국가 '애국가'로 화답했다. 나라 사랑은 때로 준엄한 경고로 실현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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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진 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