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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트럼프 경제관료 내전...트럼프의 보호무역 어디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신설한 대통령 직속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피터 나바로가 지난 1월5일 (현지시간) 뉴욕 트럼프 타워 건물 로비로 들어서고 있다. 뉴욕|EPA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신설한 대통령 직속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피터 나바로가 지난 1월5일 (현지시간) 뉴욕 트럼프 타워 건물 로비로 들어서고 있다. 뉴욕|EPA연합뉴스

보호무역주의냐 자유무역주의냐, 세계 경제질서를 좌우할 미국 정부의 무역정책이 갈림길에 섰다. 경제민족주의 진영 인사들과 자유무역주의를 옹호하는 월가 출신 관료들이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1일 백악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자유무역주의 진영의 입김이 세지면서 보호무역주의 목소리는 잦아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싸움의 중심에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신설한 국가무역위원회(NTC)의 수장 피터 나바로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있다. 나바로 위원장은 독일과 유로존 국가들이 저평가된 유로화로 이득을 보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독일과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양자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중국에 대한 적대감은 캘리포니아 어바인대 교수 시절부터 공공연했다. 지난 6일에는 삼성과 LG를 지목해 “덤핑 관세 부과가 확정된 뒤에도 관세를 피하려 중국에서 베트남과 태국으로 생산공장을 옮기는 식으로 불공정 무역행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지난달 10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웨스트윙을 거닐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UPI연합뉴스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지난달 10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웨스트윙을 거닐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UPI연합뉴스


반면, 콘은 골드만삭스 사장 겸 최고운영자(COO) 출신으로 자유무역주의를 주장한다. 그는 나바로를 비판하는 경제학자들의 지적을 활용해 나바로의 견해를 비주류로 몰아세우고 있다. 소식통은 “나바로의 영향력이 갈수록 줄고 있다”고 전했다. 나바로는 지난달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을 놓고 비공개 토론을 벌였다가 비판만 받았다. 상원의원들은 나바로에게 위원장으로서 준비가 부족하고 정책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의원들은 화를 냈다.


나바로 위원장을 만나려고 했던 외교관들마저 콘을 찾아가거나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시너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콘은 대통령 직속 기구인 NTC를 상무부 산하로 격하시키는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NEC가 백악관 안에 사무실을 두고 인력을 계속 늘리고 있는 반면 나바로의 NTC는 백악관 인근 옛 집무동에서 소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콘은 트럼프의 통상정책 최우선 순위 중 하나로 꼽히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문제를 주도하고 있다. 루이스 비데가라이 멕시코 외무장관은 지난 9일 워싱턴에서 콘과 만났다. 나바로는 물론 윌버 로스 상무장관마저 이 회동에서 제외됐다.


트럼프의 수사는 여전히 보호무역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 움직임은 그와 다르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했지만 지난달 버락 오바마 전 정부에서 TPP를 추진했던 앤드류 퀸을 NEC 소속 무역 및 투자개발 대통령 특별보좌관에 임명했다.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몸담았던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가 “내부에 적을 들였다”며 비난하는 등 경제민족주의 진영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임명 철회는 없었다. 브레이트바트는 퀸의 TPP지지와 다자무역주의 지지는 트럼프를 당선시키는 데 일조한 무역정책 공약들과 완전히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상무부 산하 자문기관인 제조업위원회의 테아 리 위원은 “지금으로서는 월가 진영이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