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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도 모디 총리 ‘부패’ 잡으려다 서민 잡을라

지난 2일(현지시간)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의 은행에 500루피, 1000루피 지폐들을 맡기고 새 화폐로 바꿔 가려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아메다바드 | AP연합뉴스

지난해 12월2일(현지시간)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의 은행에 500루피, 1000루피 지폐들을 맡기고 새 화폐로 바꿔 가려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아메다바드 | AP연합뉴스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반부패 경제개혁이 성공을 거둘까. 모디는 화폐개혁을 하고 인터넷 금융을 확대해 검은돈의 싹을 자르겠다고 나섰으나, 깜짝쇼처럼 시행되는 정책과 현실에 맞지 않는 조치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야당은 모디야말로 부패했다면서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모디는 지난해 12월25일(현지시간) 월례 라디오연설에서 부동산과 주식의 차명거래를 뿌리 뽑겠다고 선언했다. 모디는 “차명자산은 국가의 자산”이라면서 “부패와의 전쟁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인도에서는 1988년 차명거래자에 최고 징역 3년에 처하는 법을 도입했으나 처벌 사례가 극히 드물어 유명무실 했다. 정부는 처벌 수위를 징역 7년으로 높이고 차명자산을 압수할 수 있도록 새 법을 만들어 지난해 11월1일부터 시행했다. 하지만 정부가 실소유주들을 추적해 처벌할 지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모디의 이번 발언은 국민들의 의구심을 불식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 모디 총리 ‘부패’ 잡으려다 서민 잡을라


모디는 지난해 11월8일 고액권인 500루피, 1000루피의 사용을 바로 다음날 자정부터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11월30일까지 은행에 예금해야 10일부터 발행되는 신권으로 인출할 수 있게 했다. 탈세를 막고 음지에서 돌던 돈을 양지로 끌어내겠다는 것이었다. 인도에서 소득세를 내는 사람은 인구의 1.6%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현금거래 비중이 78%에 이르고, 부자들은 집에 현금을 쌓아둔다. 2013년 소득세는 정부 수입의 6%에 머물렀다.


고액권이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는 발표에 너도나도 은행과 현금인출기(ATM)로 몰려들었다. 더타임스오브인디아는 지난해 12월28일까지 거둬들인 구권 액수가 15조4000억루피(약 272조7000억원)라고 전했다. 정부 예상치보다 3조루피나 많았다. 그러나 혼란도 컸다. 신권이 나온 지 2주가 지났을 때도 구권의 7%만 신권으로 교체됐다. ATM의 절반은 신권을 인식하지 못한다. 서민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 현금거래만 하던 노점상과 채소가게들은 손님이 끊겼고 일용직 노동자들은 임금을 받지 못했다. 결국 정부는 신권 교환 기간을 2017년 3월까지 연장했다. 정부는 현금 대신 인터넷·모바일 금융을 하라고 하지만 인도 13억 인구 중 10억명은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한다.


모디는 2014년 5월 취임 이후 ‘모디노믹스’라 불리는 경제정책을 추진했다. 규제를 풀고 인프라 투자를 늘렸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정상들을 만나며 세일즈외교에 애썼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7.6%로 중국을 앞질렀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4.4%에서 3.9%로 낮아졌다.


그러나 인도의 경제성장은 세계적인 저유가 기조 덕분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루피화 가치는 계속 떨어졌고, 모디의 일방적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발하는 목소리는 커졌다. 모디는 기업들이 해고를 쉽게 하도록 해고 시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대상을 100명 이상 고용 사업장으로 줄이려다 노동계 등의 반대에 부딪혔다. 농가 소득을 보전하려 농산물 가격에 하한선을 두는 제도도 없애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검은돈 뿌리 뽑기’는 덜컹거리는 ‘모디노믹스’에 힘을 주려는 ‘극약처방’으로 보인다. 경제성장을 위해 돈을 풀려면 숨은 소득을 찾아 재정 수입을 늘려야 한다. 또 음지의 현금이 양지로 나와야 경제의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


인도 언론은 깜짝 조치로 야당의 정치자금을 말리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야당은 모디가 총리가 되기 전 구자라트주 총리 시절 기업들로부터 수백만루피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인디라 간디의 손자인 제1야당 국민회의 부대표 라훌 간디는 지난해 12월27일 검찰에 모디의 뇌물수수 의혹을 조사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