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문직 취업비자(H-1B) 발급을 제한하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까지 발벗고 나섰다. 모디 총리는 21일(현지시간) 인도를 방문 중인 미국 의회사절단을 만나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 발급 제한 움직임에 우려를 표했다고 인도 언론들이 보도했다.
인도 정보기술부는 소프트웨어서비스회사전국연합(Nasscom·나스콤)의 고위급 인사들을 미국에 파견해 연방의회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로비활동을 하도록 지시했다. 막대한 재정수익을 안겨주는 정보기술(IT) 인력의 미국 진출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발벗고 나선 것이다.
H-1B는 학사 이상의 학위와 전문기술을 가진 외국인들에게 발급된다. 미국 IT 기업들은 이 비자 프로그램을 이용해 외국인 전문인력 수만명을 채용해왔다. 추첨 방식으로 매년 8만5000건이 발급된다. 인도 출신들이 가장 많은 비자를 받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의 2014년 집계에 따르면 H-1B 전체 수령자의 약 70%가 인도인이다. 기업 주재원들의 비자 L1까지 포함시켜도 인도인의 비율은 50%가 넘는다. 미국 IT 기업에서 일하는 인도인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연간 1000억달러(약 114조2600억원)로, 인도 재정수익의 65%가 여기서 나온다.
인도 정부는 이 비자 프로그램 덕분에 전문직 인력 이동과 수급이 쉬워졌고, 미국 경제에도 이득이 되고 있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모디 총리는 미 의회사절단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정부는 균형적인 시각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문직 인력의 이동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에 파견된 나스콤 대표단은 인도인들이 설립한 기업들이 미국에서 지금까지 40만개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H-1B로 미국에 들어온 인도의 전문직 인력들은 대부분 영주권을 얻거나 미국 시민권자가 되며 미국 내에 기업 수십개를 설립했다.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가 대표적이다. 나델라는 지난해 12월 트럼프가 IT 업계 거물들을 모아 만난 자리에서 H-1B 발급을 제한하지 말도록 압박했다.
물론 인도 정부와 기업 인사들의 압박에도 걸림돌은 남아 있다. 배타적인 극우 백인민족주의 정책을 설계하고 주도하는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스티븐 밀러 수석정책고문이 트럼프 뒤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으며 저임금 경쟁을 과열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배넌은 과거 “실리콘밸리에 아시아계가 너무 많다”는 발언을 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배넌은 2015년 11월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방송 <브레이트바트 뉴스 데일리>에서 당시 게스트로 나온 트럼프와 대화를 나누면서 “실리콘밸리 CEO의 3분의 2가 아시아 출신”이라고 말했다. 또 “국가는 경제로만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인종주의 시각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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