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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중앙아시아 테러네트워크’ 공포에 떠는 러시아

지난 3일(현지시간)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자폭테러 용의자는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태생의 22세 러시아 시민권자였다. 모스크바타임스 등은 4일 아크바르존 잘릴로프라는 남성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잘릴로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6년 넘게 산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를 공격한 형제는 러시아 체첸, 다게스탄 태생 이민 1.5세대였다. 이번 테러를 계기로 중앙아시아 테러네트워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이슬람국가(IS)에 합류한 중앙아시아 출신들은 2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표적인 인물이 타지키스탄 특수작전부대 대령 출신인 굴무라드 칼라모프다. 그는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 IS 병력을 편성하는 등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걱정하는 점은, 1980년대 미국에 포섭돼 아프가니스탄에서 반소련 항쟁에 참여한 무자헤딘(이슬람 전투원)들이 각국으로 돌아가 테러를 저질렀듯 IS 가담자들이 귀국해 테러를 저지르는 것이다. 탈레반과 IS가 주도권을 다투는 아프간은 시리아와 함께 중앙아시아 극단주의자들의 교두보가 되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에서 러시아로 온 무슬림들이 극단주의자들에게 포섭되는 것도 걱정이다. 중국도 서부 위구르계 무슬림들이 중앙아시아 테러 네트워크에 연결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모로코나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출신 극단주의자들 문제는 유럽의 잇단 테러들로 국제적인 이슈가 됐다. 중앙아시아의 극단주의자들도 그 못지않은 위험요소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낙후된 중앙아시아에서는 2000년대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가 퍼지기 시작했다. 이것이 IS의 발호를 계기로 터져나오고 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우즈베키스탄의 알카에다 연계 조직이 IS에 충성을 맹세한 사례를 들면서 “이 지역 국가들 대부분이 강력한 경찰국가여서 그동안 드러내놓고 기승을 부리지 못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테러는 강압적 국가권력도 이들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비호하는 러시아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증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