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이콥 주마 대통령(74·사진)이 물러날 위기를 맞았다.
야당인 민주동맹(DA)과 경제자유전사당(EFF)은 주마의 잇단 부패 스캔들과 최근 단행된 기습 개각에 반대하며 대통령 불신임 투표를 제안했고 국회의장이 검토에 들어갔다고 SABC 등 남아공 언론들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마는 지난달 31일 장관 10명을 교체하는 대규모 개각을 하면서 국민의 신망이 두터운 프라빈 고단 재무장관을 경질했다. 고단이 다른 부처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마는 주장했으나, 자신의 부패 스캔들을 덮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11월 인도계 재벌 굽타 가문이 주마와 결탁해 내각 인선과 국영기업 인사에 관여했다는 감찰기구 조사보고서가 나오면서 스캔들이 불거졌다. 굽타 가문은 재무장관 후보자에게 거액을 주겠다며 사업에 방해가 되는 관료들을 정리해달라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난 국민들은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했지만 주마는 이를 비웃듯 고단을 경질하고 굽타의 측근을 새 재무장관에 앉혔다.
야당은 주마 불신임 투표를 들고 나왔다. 국회 개원이 한 달이나 남았지만 집권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소속인 국회의장 발레카 음베테는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2일 방글라데시 방문 일정을 서둘러 마치고 귀국했다. 남아공 대통령은 의회에서 뽑으며 1994년 민주정부 수립 이래로 ANC 정권이 이어져왔다. 지금도 ANC가 의원 400명 중 62%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주마가 밀려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야당은 지난해에도 두 차례나 불신임안을 표결에 부치려 했지만 ANC의 반대로 무산됐다. 하지만 여론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다. ANC 지도부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상당수 의원들이 주마와 거리를 두고 있다. 음베테는 “국민들은 의회가 결단력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며 “이는 의회의 의무로 이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새 주마의 실책 탓에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와 싸웠던 ANC의 명성은 실추됐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처음으로 전국 득표율이 60% 아래로 내려갔다. 경제중심지 요하네스버그와 행정수도 프리토리아도 야당에 내줬다. 2009년 집권한 이래 성폭행 스캔들과 부패 문제, 공금 유용과 사치 논란이 끊이지 않은 주마는 넬슨 만델라의 얼굴에 먹칠을 한다는 비난을 들었다. 지난해 남아공의 경제성장률은 0.5%에 그쳤고, 실업률은 27%에 달했다. 국가신용등급이 ‘투자 부적격(정크)’ 등급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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