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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대선 개입으로 악화된 미·러 관계, 불쏘시개 된 시리아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공격이 미국과 러시아 갈등의 또 다른 변수로 등장했다.


화학무기에 숨진 아이들의 참상이 공개되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아사드 정권을 거세게 비판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러시아는 이제 아사드를 지원하는 문제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영국, 프랑스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시리아 정부를 규탄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냈으며 이번 사건이 반군들의 화학무기 탓에 일어났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일축했다.


블라디미르 사프론코프 러시아 특사는 서구 국가들을 ‘이데올로기적 십자군’으로 표현하면서 “러시아와 터키가 주도해 시리아 사태를 외교적으로 풀려는 것을 방해하고 아사드를 끌어내리는 데만 혈안이 됐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국제적인 비난 여론은 아사드를 넘어 결국 러시아로 향하고 있다. 궁지에 몰린 아사드 정권을 도와 공습을 해가며 살려준 것이 러시아인 만큼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화학무기 공격에 러시아가 관여돼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화학무기로 민간인들이 희생된 이들리브주가 러시아군 통제하에 있었고, 러시아군 측의 엄호 속에 시리아 군용기들이 작전 중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이번 사건 뒤 러시아를 비판한 것도, 대외정보국(MI6) 고위 간부에게서 이런 내용의 브리핑을 받았기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의 트럼프와 첫 통화를 한 지 몇 시간 만에 러시아군은 시리아 반정부군을 공습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개입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화학무기로 상황이 바뀌었고, 트럼프는 이번 사건 뒤 시리아 문제에서 러시아의 태도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미국이 군사행동에 나선다면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으로 ‘냉전 이후 최악’이 된 미·러관계는 더 나빠질 것이며, 러시아가 원하는 경제 제재 해제도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