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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누구를 위하여 국가는 불리나 Chapter 1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서 열린 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인 슈퍼볼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이 쏠렸다. 하프타임쇼를 펼치는 사람이 바로 Lady GaGa였기 때문이다.

그는 대통령 선거 당시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으며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뒤에는 그를 반대하는 시위에 나섰다. Lady GaGa는 성소수자 인권보호에 앞장서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트럼프 반대 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에서 Lady GaGa가 어떤 정치적 발언을 할지 많은 언론들이 주목했다.

*2017 NFL 하프타임쇼 사진 출저: NFL 공식 홈페이지 (nfl.com)

#1Lady GaGa, 미국을 노래하다

Lady GaGa의 하프타임쇼는 생각보다 정치적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평소 거침없는 언행으로 유명한 그는 이날 트럼프 개인에 대한 비난을 삼갔다. 공연은 자신의 히트곡 위주로 펼쳐졌다. 영국 가디언지는 "Lady GaGa는 하프타임쇼 공연 동안 정치적 'Poker Face'를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의회전문지 더 힐과 폭스 뉴스 등도 정치를 피해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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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ker Face 19금 Poker 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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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d Romance 19금 Bad Romance
    
Lady GaGa는 정말 정치를 얘기하지 않았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정치를 얘기했다. Lady GaGa는 와이어에 몸을 맡기고 경기장 옥상에서 필드로 뛰어내리기 직전, 국기에 대한 맹세에 나오는 한 구절을 읊었다. 그 구절은 다음과 같다. "자유와 모두를 위한 정의, 하느님의 가호 아래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나라."

충분히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 정부는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 이슬람 국가 7개국을 미국 내에서 테러를 일으킬 위험성이 높은 국가로 분류했으며, 트럼프는 이들 나라 국적자의 입국을 막는 행정명령에 지난달 27일 서명했다. 무슬림들에 대한 무분별한 적의와 공포를 드러내는 트럼프다운 결정이었다.
아이러니한 점은 1975년 이후로 이들 국적자들이 미국 내에서 일으킨 테러로 사망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참사인 9•11테러범들의 출신국인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는 빠졌다. 트럼프의 모순을 짚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이번 행정명령이 무슬림들을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차별을 가한 조치라는 건 분명하다.

Lady GaGa가 국기에 대한 맹세에서 "자유"와 "정의"라는 단어가 포함된 부분을 택한 것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그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시민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종교로 인해 차별 받지 않는 정의로운 나라를 세우라는 게 아니었을까. 

더 정확히 말하면 Lady GaGa는 정치를 얘기하기보다 정치를 노래했다. 성소수자들의 찬가로 불리는 'Born This Way'를 부른 게 대표적이다. 이 노래는 성정체성을 기준 삼아 한 사람의 인생을 옳다 그르다 재단하지 말라고 일갈한다. 성소수자 보호조치를 박탈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하려고 했던 트럼프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될 만하다.
  Born This Way Born This Way
워싱턴포스트는 "Lady GaGa의 하프타임 쇼가 비정치적이었다고 생각한다면 'This Land Is Your Land'의 의미를 생각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Born This Way'가 이날 Lady GaGa의 유일한 체제전복적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했다.

와이어에 몸을 맡기고 필드로 뛰어내리기 전 Lady GaGa는 'God Bless America'로 시작해 'This Land Is Your Land'로 자연스럽게 노래를 이어 불렀다. 'This Land Is Your Land'는 미국의 전설적인 포크뮤지션이자 노동운동가인 Woody Guthrie가 작곡한 곡으로, 트럼프의 여성비하에 반대해 지난달 21일 미 전역에서 열린 시위 Women's March 참가자들이 부르기도 했다.
Guthrie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황폐해진 미국 대륙을 횡단하면서 목격한 극심한 가난, 차별 등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노래에 담았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Guthrie는 1940년 이 여정 도중 라디오에서 Kate Smith가 부른 'God Bless America'가 라디오에서 끝없이 나오는데 질려버렸다.

그는 Irving Berlin이 작곡한 이 노래가 비현실적인 자아도취로 점철돼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한 반격으로 컨트리 그룹 Carter Family의 곡 'When the World's on Fire'을 다듬고 비판적인 노랫말을 붙인 게 'This Land Is Your Lan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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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는 기회의 땅처럼 보이는 미국이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45년 발매 당시에는 빠졌지만 1940년 처음 만들어진 곡에는 사유재산을 비판하는 매우 급진적인 노랫말도 쓰였다. 자기 앞을 가로 막아 선 장벽이 사유지라고 하면서 이 땅은 당신과 나를 위해 만들어졌던 것이라고 항변했다.

굳이 사라진 노랫말을 부여잡지 않더라도 이 곡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기회를 주고 자비를 베푸는 미국을 만들자는 취지인 것은 분명하다. Guthrie가 지금까지 살아서 멕시코와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그 비용까지 멕시코에 청구하겠다는 트럼프 정부를 봤다면 무슨 노래를 만들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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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 Re Mi Do Re 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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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sus Christ Jesus Chr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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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gilante Man Vigilante Man
    

#2누구를 위하여 국가는 불리나

1967년부터 시작된 슈퍼볼은 의례적으로 미국의 공식 국가 'Star Spangled Banner'를 연주하고 노래 부르게 했다. 10년이 지난 1977년에야 Vikki Carr가 처음으로 공식 국가 대신 'America the Beautiful'을 불렀다.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이 노래는 9•11 테러 이후 'God Bless America'와 함께 국가보다 더 많이 불렸다. 일부에서는 공식 국가를 두 노래 중 하나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국가에 존경을 표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스포츠스타도 있었다. 미식축구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 Colin Kaepernick은 지난해 7월26일 그린베이 패커스와 시범경기 전 국가가 연주될 때 혼자 벤치에 앉으며 기립을 거부했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Kaepernick은 경기가 끝난 뒤 "흑인과 유색 인종을 억압하는 나라의 국기에 존경을 표하려고 일어서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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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Legend는 Kaepernick 사건 며칠 뒤 소셜미디어에 "현재 국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진정 이 노래를 좋아할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썼다. 그러면서 온라인매체 인터셉트에 올라온 기사를 링크했다. 기사 제목은 "Kaepernick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정당하다: 현재 국가는 노예제에 대한 축가"였다. 

국가가 국가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노랫말 때문이다. 3절에 미국의 독립전쟁 당시 영국군에 가담한 노예들을 위한 피난처는 없다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선택권 없는 흑인 노예들의 죽음을 찬양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영국군은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노예들에게 자유를 약속하며 군에 가담할 것을 권유했다. 노랫말의 바탕이 된 시 "맥헨리 요새의 방어"를 쓴 Francis Scott Key가 열렬한 노예제 지지자라는 사실도 국가를 지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국가가 국민 개인의 보편적인 자유와 권리는 제쳐두고 국가(國家)에 대한 애정과 충성만을 강요한다면 그건 폭력이다. 누구를 위해서 노래부를 것이냐, 어떤 내용을 어떻게 부를 것이냐는 그래서 중요하다. 국가의 자격을 고민한 뮤지션들과 노래들은 2회에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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