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부탁하고, 또 부탁합니다.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처럼 외교적인 수단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전쟁위기를 걱정했다. 교황이 29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이집트 방문 일정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미국과 북한 지도부를 향해 치킨게임을 중단하도록 촉구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교황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양측의 강대강 대결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로이터 인터뷰에서 “북한과 심각하게 충돌할 수 있다”며 무력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교황은 유엔 등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로마가톨릭 교황으로선 2000년 이후 17년만에 이집트를 방문한 프란치스코의 행보는 평화와 화합에 집중됐다. 그는 지난 9일 이슬람국가(IS)의 자폭테러로 숨진 이집트 콥트교도들을 애도하고 종교 간 화합을 촉구했다. 유럽에서 반이슬람 정서를 등에 업고 준동하는 포퓰리즘도 질타했다.
교황은 29일 카이로의 공군 스타디움에서 야외 대규모 미사를 집전했다. 3만명이 들어갈 수 있는 경기장에 모인 사람은 1만5000명이었다. 경기장의 절반만 메웠지만, 무슬림이 인구 대부분인 이집트에서 가톨릭 신자들의 이례적인 대규모 회합이었다.
교황은 경호원을 대동했지만 방탄 유리도 없는 골프 카트를 타고 나왔으며 “앗살람 알라이쿰(평화가 깃들기를)”이라는 아랍어 인사말로 미사를 시작했다. 신자에게 유일하게 허락되는 광신은 “관용의 광신”뿐이라며 극단주의와 폭력을 경계했다. 왜곡된 믿음을 갖느니 아무것도 믿지 않는 편이 낫다고 했다.
전날인 28일에는 세계 이슬람 수니파의 최고 권위기구인 알아즈하르대학을 방문해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탈리아어로 “종교와 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모든 형태의 폭력, 복수, 증오행위에 맞서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 뒤에는 알아즈하르 성원의 이맘(이슬람 지도자)인 셰이크 아흐메드 알타예브를 만나 “나의 형제”라고 불렀다. 알타예브와 함께 평화 컨퍼런스에 참석해, 극단주의 폭력을 뿌리뽑으려면 빈곤과 착취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의 공격 타깃이 되고 있는 콥트교도와의 만남도 눈길을 끌었다. IS의 자폭테러로 16명이 숨진 성 마르코 콥트교회를 방문했고 타와드로스2세 콥트교황과 함께 테러 희생자들을 기렸다. 알자지라방송은 교황이 이집트에서 개인의 종교자유를 옹호하고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공포증)에 반대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교황은 포퓰리즘도 강하게 질타했다. 29일 미사에서 그는 세계 곳곳에서 포퓰리즘 선동이 부상하고 있다면서 세계 평화와 안정을 구축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로마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교황은 프랑스 대선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반이민 공약을 앞세운 마린 르펜의 결선 진출과 관련해 가톨릭 신자들에게 해 줄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 교황은 “프랑스 정치 상황을 잘 알지 못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난민 위기로 유럽이 분열되고 있다면서 “유럽이 이민자들에 의해 세워졌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유럽 내 몇몇 난민캠프는 난민들을 가둬놓고 외출도 허용하지 않는다며 강제수용소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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