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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월드 in 컬처]오노 요코, 존 레논 ‘이매진’ 공동작곡가 되나

[월드 in 컬처]오노 요코, 존 레논 ‘이매진’ 공동작곡가 되나

종교와 국경, 사유재산이 없는 유토피아를 꿈꿨던 존 레논의 노래 ‘이매진’이 레논과 아내 오노 요코(사진·84)의 공동작곡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음악가들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세워진 미국음악출판협회(NMPA)가 14일(현지시간) 오노를 작곡가로 등록할 계획이라고 롤링스톤 등 음악매체들이 전했다. NMPA는 레논 스스로 오노와 함께 만든 곡이라고 밝혔던 과거 발언을 근거로 들었다.


이같은 계획은 NMPA 설립 100년을 기념해 열린 연례행사에서 나왔다. NMPA 대표 데이비드 이스라엘라이트는 ‘이매진’을 단체설립 이후 나온 노래 중 최고의 노래로 선정해 시상하면서 “48년 만에 기록을 다시 바로잡고 오노를 이 곡의 공동작곡가로 이름을 올리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매진’은 레논이 밴드 비틀스 해체 후 1971년 발표한 동명의 앨범에 수록됐다. 하지만 이 노래는 2년 앞선 1969년에 만들어졌다.


오노 부부는 1969년 5월 떠난 신혼여행에서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퀸 엘리자베스 호텔 스위트룸 1742호실에서 이른바 ‘침대시위’로 불리는 평화시위를 벌였다. 호텔방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는데, 침대 위에서 자신들을 찾아온 기자를 상대로 평화 메시지를 전달했다. 레논은 “전쟁이 아니라 사랑이 필요하다. 전쟁터가 아니라 침대로 가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 반전메시지를 담은 노래가 ‘이매진’이다.



존 레논(왼쪽)과 오노 요코가 1969년 신혼여행지로 방문한 캐나다 몬트리올의 퀸엘리자베스 호텔 침대에 나란히 기대 반전평화시위를 벌이고 있다.

존 레논(왼쪽)과 오노 요코가 1969년 신혼여행지로 방문한 캐나다 몬트리올의 퀸엘리자베스 호텔 침대에 나란히 기대 반전평화시위를 벌이고 있다.


레논은 당시 TV에 나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편지를 낭독하며 1965년 영국 왕실로부터 받았던 훈장을 반납하겠다고 했다. 영국이 나이지리아-비아프라 간 내전에 개입한 것에 대한 반대 표시였다. 1967년부터 1970년까지 벌어진 이 내전은 나이지리아 정부군과 분리독립을 선언한 동부의 비아프라 공화국 간 무력충돌로, 유럽 제국주의 열강들의 잘못된 식민유산이 빚어낸 비극으로 평가받는다.


1900년부터 나이지리아를 식민 통치한 영국은 종교와 문화적 배경이 저마다 다른 지역들을 통합시켜 지배했다. 세계2차대전이 끝나고 탈식민지화 바람이 불었고 나이지리아도 1960년에 독립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오랜 갈등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영국으로부터 기독교를 받아들인 이보족과 요루바족, 이슬람교를 믿었던 하우사족 간 긴장관계를 중심으로 복잡한 민족구성까지 겹쳐 갈등은 전쟁으로까지 번졌다.



1971년 발표된 존 레논의 대표곡 ‘이매진’이 수록된 동명의 앨범 <이매진> 커버

1971년 발표된 존 레논의 대표곡 ‘이매진’이 수록된 동명의 앨범 <이매진> 커버


반전은 레논 노래의 주된 테마였다. ‘이매진’은 1971년 발표됐을 때부터 큰 인기를 끌었지만 1980년 레논이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극성팬의 총에 맞아 숨진 뒤 더욱 유명해졌다. 밥 딜런의 ‘블로잉 인 더 윈드’와 함께 대표적인 반전가로 꼽힌다.


레논은 1980년 BBC와 인터뷰에서 오노가 작곡가란에 이름을 올려야만 한다고 말했다. 노랫말과 곡의 콘셉트 대부분이 오노의 생각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노가 1964년 펴낸 책 <그레이프프루트>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존 레논이 곡 만들 때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오노 요코의 책 &lt;그레이프프루트&gt;

존 레논이 곡 만들 때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오노 요코의 책 <그레이프프루트>


NMPA는 14일 오노에게 상을 주기 전에 인터뷰 영상을 틀었다. 이 영상에서 레논은 “나는 이기적이었고 마초적이었으며 아내의 공을 빠뜨리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노를 작곡가로 이름을 올리지 않은 건 성차별주의적인 시각도 반영됐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에 데이비드 보위가 도와줬더라면 아마 나는 작곡가란에 보위의 이름을 올렸을 것”이라고 했다.


오노는 이날 상을 받고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트위터에도 “NMPA의 용기 있는 행동에 감사한다”고 썼다. 오노의 아들이자 뮤지션으로 활동 중인 션 레논도 그의 트위터 멘션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기뻐했다. NMPA 대변인은 “아직까지는 우리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오노의 공동작곡가 등재 가능성을 높게 봤다.


레논의 부인으로만 알기 쉽지만 오노는 설치미술가이자 행위예술가이며 뮤지션으로도 활동하는 전방위 예술가다. 레논에게 예술적으로 많은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노는 남편 레논과의 관계를 다룬 영화를 제작하고 있으며 록밴드 블랙립스, 문랜딩즈 등과 함께 음반작업 중이다. 음반사 ‘시크리틀리 캐나디언’은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까지 발표된 오노의 앨범들을 디지털앨범으로 재발매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