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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프랑스 총선이 가져온 3가지

프랑스 극우정당 민족전선(FN) 대표 마린 르펜이 18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 결선투표에서 이겨 5수 끝에 처음으로 의회에 입성했다. 대선에 출마해 30% 이상을 득표한 프랑스의 유력 정치인이지만, 그동안 르펜에게는 유럽의회 의원 경력뿐이었다. 이제 부르봉궁(하원)에 입성, 유서 깊은 ‘국민의회’에서 목소리를 높이게 됐다.


이날 총선의 핵심 포인트는 3가지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의 압승, 사회당의 처참한 몰락, 그리고 르펜의 극우 진영이 의회에 발판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프랑스 총선 결선투표가 열린 18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고향인 북부 르투케의 투표장 기표소에서 투표용지를 들고나오고 있다.  르투케 | AP연합뉴스

프랑스 총선 결선투표가 열린 18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고향인 북부 르투케의 투표장 기표소에서 투표용지를 들고나오고 있다. 르투케 | AP연합뉴스



1. 마크롱 천하 - 앙마르슈 ‘0 → 308석’

앙마르슈는 예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앙마르슈와 민주운동당(MoDem)의 집권당 연합은 하원 577석 중 350석을 차지했다. 당초 400석이 넘을 것이라던 예측보다는 적지만, 의석 하나 없던 앙마르슈는 308석을 차지한 거대 정당으로 탈바꿈했다. 프랑스24는 “마크롱처럼 정치 초보인 앙마르슈가 수십년간 사회·공화당이 양분해온 정치판을 깨뜨렸다”고 평가했다. 아랍계, 아프리카계를 비롯해 200명 넘는 여성 의원들이 당선된 것도 앙마르슈의 성과로 꼽힌다.


2. 사회당 몰락 - ‘284 → 29석’ 군소정당으로


기성 정당들은 확실히 몰락했다. 그나마 공화당은 세 자릿수 의석을 유지했고, 유력 정치인들은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사회당의 몰락은 드라마틱했다. 284석의 거대 정당에서 29석짜리 군소정당으로 몰락했다. 총리를 지낸 마뉘엘 발스는 겨우 139표 차로 간신히 이겼는데, 상대 후보가 재검표를 주장하고 있어 아직 승리를 확신하기엔 이르다. 사회당 소속 전직 장관 4명이 패배했다. 당 대표였던 장 크리스토프 캉바델리는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18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캉바델리는 “마크롱이 전권을 쥐게 됐다”며 앙마르슈의 압승을 인정했다.


프랑스 총선이 가져온 3가지


3. 발판 마련한 르펜 - 5수 끝에 의회 입성


르펜(사진)은 기성 정치권 몰락의 수혜자가 됐다. 1986년 그의 아버지 장-마리 르펜이 대표이던 시절 민족전선이 35석을 차지한 적이 있지만, 그 후 총선 성적표는 좋지 못했다. 2002년, 2007년 총선에선 한 석도 얻지 못했다. 5년 전 선거로 얻은 의석은 2석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르펜을 비롯해 8명이 의회에 진출했다. 르펜은 당선 직후 AFP통신에 “민족전선은 갈수록 희미해져가는 프랑스의 정체성을 구해낼 유일한 세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르펜이 부르짖어온 반유럽, 반이민은 아직까지는 그의 바람일 뿐이다. 르펜의 결선투표 득표율은 58.75%를 기록, 1차 투표 뒤 예상됐던 것보다는 낮았다. 또한 르펜 개인에 대한 지지는 높을지 몰라도 당과 정책노선에 대한 지지는 그만큼 높지 않다. 지난 4월 대선 1차 투표 직후에만 해도 민족전선 의석이 50석이 넘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으나 총선 직전엔 예상 의석수가 15석으로 줄었다. 투표함을 열어보니 실제론 그 절반이었다. 르펜이 이미지 변신을 위해 당 부대표로 내세운 동성애자 정치인 플로리앙 필리포마저 패배했다.


중도 좌·우 양당이 권력을 분점해온 프랑스 정치판은 이제 정책 색깔이 애매모호한 거대 여당과 ‘기타 여러 정당’들이 공존하는 구조로 바뀌게 됐다. 장 뤼크 멜랑숑의 극좌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와 공산당이 합쳐서 27석을 얻었다. 몰락한 사회당을 대신해 좌파의 목소리를 내겠지만 얼마나 힘이 실릴지는 미지수다. 인터넷 매체 더로칼은 “앙마르슈 후보들은 대부분 마크롱의 후광을 입고 당선된 만큼 의회는 정부에 복종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앙마르슈가 기성 정치체제를 깨뜨렸지만 시민들이 갈구하는 개혁을 보여줄지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