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이유를 설명한 적은 없기 때문에 과거 발언으로 개명의 이유를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YE는 올 초 Big Boy가 디제이를 맡고 있는 방송에 출연해 이 이름의 의미를 설명했다.
"성경에서 ye는 '당신'을 뜻한다. 결국 나는 당신이고, 나는 우리다. YE는 우리의 선의, 악함, 혼란스러움 등 모든 것의 반영이다. 이 앨범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나타내는 것 그 이상이다."
인간의 복잡다단한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아티스트가 되겠다는 뜻일까. 정확한 의도를 헤아리기는 어렵지만 이번 개명에서도 보듯이 YE가 새로운 일에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티스트란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는 어려운 순간에도 과감히 변화를 택해 성공하곤 했다.
2002년 10월의 어느 날. YE는 캘리포니아 스튜디오에서 레코딩 작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턱뼈가 산산조각 날 정도로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한다. 재건수술로 부서진 뼛조각을 맞추고 철사로 동여매야만 했다. 누군가에게는 잊고 싶은 기억일지도 모를 끔찍한 사고를 그는 노래로 풀어냈다. 그 곡이 바로 'Through the Wire'다.
YE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회복하는 동안 데뷔 앨범 [The College Dropout]의 수록곡 대부분을 썼다. 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 악재가 터졌다. 정식 발매 전 앨범 수록곡들이 온라인에 유출된 것이다.
YE는 낙담하는 대신 더 좋은 앨범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다시 곡을 쓰고 다시 편집했다. 강한 드럼 연주와 가스펠 코러스, 그리고 대규모 관현악 연주를 더하며 중무장했다. 오케스트라 악단을 부르겠다고 사비까지 털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앨범은 메시지도 새로웠다. YE는 소비 지상주의와 인종차별을 비판하고, 종교적 신념을 노래했다. 갱스타 랩 판인 힙합 신에서는 듣기 어려운 내용들이었다. 'Jesus Walks'에서는 갱스타 랩의 천편일률적인 노랫말들을 대놓고 비난했다.
"그들은 당신에게 예수 말고는 모든 것을 랩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하지. 그건 결국 총기, 섹스, 거짓말, 비디오테이프지. 그런데 내가 신을 얘기하면 나의 레코드는 플레이되지 않겠지."
앨범은 260만 장 팔렸고, YE는 그래미상을 3개나 거머쥐었다. 앨범 발매 후 얼마 안 돼 G.O.O.D. Music이라는 레이블도 세웠다. G.O.O.D.은 "우리 꿈을 꾼다"는 뜻의 영문장 "Getting Out Our Dream"의 머리글자를 따서 붙인 것이다. YE는 이후에도 꿈꾸던 것들을 하나둘씩 현실로 만들어나갔다.
2집 [Late Registration]에서는 아예 오케스트라 악단을 고용했고 한 번도 래퍼들과 작업해 본 적이 없었던 작곡가 Jon Brion과 작업했다. YE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힙합이 어디까지 나갈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앨범으로도 그래미상을 3개나 탔다. 앨범은 빌보드 앨범 차트에 발매와 동시에 넘버원에 올랐다. 이후로도 YE는 내놓는 앨범마다 발매와 동시에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했다.
3집 [Graduation]에서부터는 Rolling Stones, Led Zeppelin 등 로큰롤 밴드들의 향취까지 났다. 2006년까지 세계적인 록밴드 U2와 투어 공연을 한 영향이었다. 여기에 청소년기를 지낸 고향 시카고의 하우스를 덧대 매우 새로운 음악이 탄생했다.
앨범은 2007년 9월 11일 발매됐다. 당시 매우 핫한 래퍼였던 50 Cent의 앨범 [Curtis]와 같은 날 나왔다. 세기의 대결로까지 불렸지만 결과는 다채로운 사운드를 들려준 YE의 완승이었다. 3집은 채 일주일도 안 돼 100만 장 가까이 팔아 치우며 곧장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했다.
YE는 음악산업의 수익구조 변동에 대한 안목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사업 수완도 탁월하다. 그는 온라인에서도 광고 수익 등으로 이윤을 남겼다. 싱글 커트 곡 'Can't Tell Me Nothing' 뮤직비디오에 코미디언 Zach Galifianakis를 출연시켜 립싱크를 하게 했다. 영상은 입소문을 타고 동영상 사이트들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YE의 또 다른 변신과 성공 스토리는 2회에서 더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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