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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엔 “대기오염 조기사망 700만명, 이제 인권문제로 다뤄야”

대기오염 문제를 인권 보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유엔 보고서가 나왔다.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인권이사회에 4일(현지시간) 제출된 보고서는 대기오염때문에 매년 전 세계 700만명이 조기사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기사망자 중에는 어린이 60만명도 포함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데이비드 보이드 유엔 인권·환경 특별조사관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매년 전쟁이나 살인·결핵·에이즈·말라리아 등으로 숨지는 사람을 더한 숫자보다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기오염은 생명권·건강권·아동권리 뿐만 아니라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에서 살 권리를 침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최고치를 기록한 5일 용산 국립박물관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 뒤로 남산타워가 안갯속에 가린 듯 희미하게 보인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대기오염이 세계적인 차원에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지만 각국 정부에 의해 간과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보이드 특별조사관은 “눈에 띄는 대기오염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육안으로 관찰하기 힘든 대기오염 문제는 무시된 채로 남겨지기 일쑤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 15년 간 의사와 과학자들은 대기오염이 심장질환과 폐암·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신경질환 등 건강문제에 얼마나 해로울 수 있는지 입증해왔다.


나라마다 다른 오염의 원인을 가지고 있기에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지만 핵심 조치로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꼽혔다. 보이드 특별조사관은 “일부 부유한 국가들은 2030년까지는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캐나다와 영국은 이미 이런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각국이 대기오염을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인권 보호 의무를 다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조치들로는 대기질 감시,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 파악, 대기오염에 대한 교육, 오염을 제한하는 입법과 규제 기준 마련 등이 꼽혔다. 보이드는 “대기오염 방지를 인권 보호라는 렌즈로 보면 (각국 정부가) 실제 행동에 나서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카타리나 랄 연구원은 일부 정부는 이미 대기오염으로 인한 인권침해 소송에 연루돼 관련 조치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정부에 원하는 것은 피소되거나 사람들이 병들기 전에 예방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이드 특별조사관은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는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대기오염 문제 해결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면 기후변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