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를 동서로 양분하고 있는 두 정부 간 싸움이 내전으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서부의 통합정부(GNA)가 육군 참모총장 출신 칼리파 하프타르가 이끄는 동부 토브루크 정부의 리비아국민군(LNA)이 자신들의 수도 트리폴리 턱밑까지 진격하자 7일(현지시간) 결사항전을 다짐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GNA 파예즈 알사라즈 총리는 이날 ‘분노의 화산’이라는 이름 아래 LNA 점령 지역을 탈환하는 작전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알사라즈 총리는 이날 방송 연설에서 “하프타르는 우리의 힘과 단호함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승자 없는 싸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는 트리폴리 외곽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LNA 공습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한 직후에 나왔다. 동부 토브루크에 기반을 둔 LNA는 최근 협상을 통해 남부 소수 무장군벌들을 포섭하고 지난 4일부터 공격을 개시해 트리폴리 남부 30㎞까지 진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는 2011년 중동지역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몰락한 이후 무장세력이 난립하면서 8년 넘게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의 지지를 받는 GNA는 카다피 정권 때부터 수도인 트리폴리를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유전 밀집지역인 동부 등 국토의 약 3분의 2 이상을 LNA에 빼앗기며 수세에 몰렸다. LNA 수장 하프타르는 2014년 6월 총선 이후 당시 온건 이슬람 성향 과도정부에 반대하는 세속주의 계열 의원들과 자신에 충성하는 군부를 이끌고 동부 토브루크에 자리잡았다. 러시아·이집트 등 하프타르 지지 국가들은 이를 토브루크 정부로 인정한다.
LNA가 트리폴리로 진격에 속도를 내면서 양측 사망자가 최소 35명에 이르는 등 피해도 커지고 있다. GNA는 이날 LNA 공습으로 11명이 숨졌으며, 4일부터 현재까지 민간인과 의료인력 포함해 최소 2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LNA는 6일까지 14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유엔리비아평화유지군(UNSMIL)은 7일 트리폴리 남부 외곽지역에서 부상자와 민간인, 의료인력 대피를 위해 양 정부군에 2시간가량 긴급 휴전을 요청했다. 도심 거주민들은 이미 식료품과 연료만 챙겨 달아나고 있다고 알자지라 등이 전했다.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자 외교공관 보호, 대테러전 지원활동을 벌이던 미군 아프리카 사령부 지원부대도 이날 리비아 철수 계획을 밝혔다.
GNA는 하프타르가 리비아 전역에서 선거를 통한 정부 구성 약속을 배신했다고 비난했다. 당초 GNA와 토브루크 정부는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정상회담에서 총선거 개최에 합의하고 오는 14일부터 선거일정 등을 논의하는 국가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LNA가 군사행동에 나서면서 무산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국제사회가 표면적으로는 양측에 군사행동 자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 리비아의 혼란상만 가중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프타르는 카다피 축출에 앞장서면서 일부 서구 국가들의 지원을 받고 있기도 하다. 특히 프랑스는 2017년 반카다피 정서가 강한 곳으로 리비아에서 ‘아랍의 봄’ 시발점이 된 동부 벵가지를 하프타르가 이슬람 민병대로부터 빼앗도록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프타르는 2014년부터 이슬람주의 민병대와 싸우며 풀뿌리 이슬람운동 조직 무슬림형제단을 극도로 경계하는 이집트 압델 파타 엘시시 정부, 이슬람 왕정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UAE로부터 군사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NA는 LNA의 이번 트리폴리 진격 작전에도 이집트와 UAE가 군대를 보내 도왔으며 사우디는 무기를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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