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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사우디, 앞장서 미국 정부 친이스라엘 정책 규탄…트럼프 중동평화해법 계속 꼬이네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이슬람권 국가들이 일제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중동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사우디의 이슬람 성지 메카에서 열린 제14차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의 폐막일인 1일(현지시간) 57개 회원국들이 트럼프 정부의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인정, 골란고원 이스라엘 영토 주권 인정 등 극단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사우디 메카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의 이틀째인 1일(현지시간) 회원국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위해 자리를 잡고 있다. 메카아나돌루아잔스

 

특히 회의 주재국인 사우디는 앞장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국가를 세울 권리에 반하는 어떤 계획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중동지역에서 빈발하고 있는 군사 공격 행위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공동 대응 전선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됐던 사우디가 이·팔 문제해법에 대놓고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중동지역 평화해법 도출은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OIC 회원국들은 이날 성명에서 “최근 미국 정부의 결정을 포함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는, 불법적이고 무책임한 모든 행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이·팔 평화방안인 ‘두 국가 해법’의 토대 위에서 동예루살렘을 향후 건설될 팔레스타인 국가의 수도로 인정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살만 사우디 국왕은 “팔레스타인 문제는 OIC 설립의 이유”라면서 “우리 형제인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모든 합법적인 권리를 얻을 때까지 항상 최우선 순위 사안으로 고려될 것이다”고 밝혔다. 살만 국왕은 탈석유 경제로 체질 개선, 이란의 군사위협에 맞서 이스라엘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달리 극단적인 친이스라엘 노선에 반대하며 팔레스타인을 금전적으로도 지원해왔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배후로 지목되고 입지가 좁아지면서 더욱 강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메카 선언’으로 불리는 이번 성명은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모로코·요르단 등 아랍 동맹국을 순방하는 도중 채택됐다. 쿠슈너 선임고문은 이달 25일 바레인에서 이·팔 평화계획 경제부문 구상 발표를 앞두고, 이들 국가들의 지지를 끌어낸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방문 때도 다시 극단적인 친이스라엘 노선만 노출하면서 아랍 동맹국들의 화만 돋웠다.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예루살렘에서 만난 쿠슈너가 골란고원을 이스라엘 영토로 표시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멋있다”고 서명한 지도를 자신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언론을 통해 일부 공개된 쿠슈너의 이·팔 평화계획 경제부문 구상에서 미국의 핵심 파트너로 언급된 이집트의 압둘팟타흐 알시시 대통령조차 이튿날 OIC 회의에서 “이스라엘로부터 독립,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으려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합법적인 열망을 충족시키는 평화해법을 도출하지 못한다면 역내 안정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란의 군사위협 대응에 있어서 걸프국들 사이에서도 균열이 목격된다. 사우디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사우디·아랍에미리트연합(UAE) 상선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면서 이란의 군사위협에 맞서자고 촉구했다. 하지만 카타르 언론 알자지라는 자국을 포함해 걸프국 사이에도 균열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규모 가스전을 공유하고 있는 카타르와 이란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란은 2017년 사우디가 주도한 카타르 단교·봉쇄 사건 때 카타르로 식료품을 공급하며 지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