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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 국제형사재판소 제소 검토” 강수…왜?

팔레스타인 정부가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 데이비드 프리드먼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프리드먼 대사가 국제법상 불법인 요르단강 서안 내 유대인 정착촌 일부 영토를 이스라엘에 병합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 ICC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등이 보도했다. 

 

팔레스타인은 오는 25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계획 경제부문 발표 전부터 중국·러시아 및 걸프 아랍국들의 반대를 이끌어냈다. 국제사회 지지를 통해 트럼프 정부의 극단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에 제동을 걸고 더욱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계획을 설계하고 있는 재러드 쿠슈너(왼쪽에서 두 번째) 백악관 선임고문이 중동지역 동맹국 순방 도중인 5월30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운데)와 회동 뒤 서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총리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예루살렘AFP연합뉴스 



프리드먼 대사는 8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스라엘이 서안 모든 영토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가져갈 권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가 비난에 직면했다. 전 세계 팔레스타인인을 대표하는 정치조직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집행위원인 하난 아슈라위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땅 도둑질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외교부는 이튿날인 9일 성명에서 “프리드먼 대사의 발언은 지역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라면서 “이스라엘의 불법 점거와 제국주의적인 확장 정책에 경도된 미국 정부의 기존 정책을 더욱 확장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이 이토록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트럼프 정부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되 영토나 주권행사 측면에서나 ‘반쪽짜리’ 국가로 만들려고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대인 정착촌의 이스라엘 영토 병합은 언론을 통해 일부 공개된 이·팔 평화구상 내용에 이미 들어있던 것이다. 정착촌 면적은 서안 전체 면적의 60%가 넘는다. 이곳을 이스라엘에 내주면 팔레스타인 영토는 가자지구를 합치더라도 미래 국가건설시 기대했던 면적의 절반 정도가 줄어들게 된다. 평화구상에는 예루살렘 관할권을 이스라엘에 주고, 팔레스타인 국방 의무 또한 이스라엘이 대신 진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팔 평화계획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재러드 쿠슈너가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오는 25일 바레인에서 열리는 국제경제회의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시 인프라 구축 지원 등 경제부문 구상을 먼저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중동 동맹국들에서조차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며 난항을 겪고 있다. 

 

쿠슈너 선임고문이 요르단·이집트로부터 바레인 회의 참석 확답을 받아내지 못했다고 9일 이스라엘 현지언론 채널13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측근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쿠슈너는 요르단 압둘라 국왕과 회담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요르단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에 동예루살렘 지역을 빼앗겼다.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트럼프 정부가 지난해 국제법상 어느 나라의 영토도 아닌 예루살렘으로 이스라엘 대사관을 이전하면서 관계가 틀어졌다. 이집트는 향후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시 가자지구 경제발전을 위해 공장·공항 부지를 내어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미온적인 반응으로 트럼프 정부의 애를 태우고 있다. 

 

바레인 회의 참석 의사를 밝히며 미국 정부에 협조할 것으로 예상됐던 카타르조차 프리드먼 대사의 발언 이후 입장을 바꿨다. 카타르 외교부는 9일 성명을 내고 “팔레스타인이 지지하지 않는 어떤 평화안에도 찬성하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