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북서부 국가 말리의 한 마을 주민 95명이 10일(현지시간) 하룻밤 무장괴한에 몰살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날 새벽 3시쯤 말리 중부 몹티주 소바네-쿠 마을에 무장괴한들이 들이닥쳐 도곤족 주민들을 살해했으며 19명이 실종했다고 알자지라 등이 보도했다. 배후를 자처하는 단체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말리 정부와 유엔 등 국제사회는 최근 풀라족 마을 학살에 대한 풀라족 무장세력의 보복 공격으로 보고 있다.
생존자 아마두 토고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무장한 남성 50명 정도가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는 마을을 둘러싼 채, 탈출하려는 사람들은 여자건 아이건 노인이건 상관없이 살해했다”고 말했다. 토고는 괴한들이 방앗간과 가축까지 모조리 불태웠다고 설명했다. 소바네-쿠 마을 전체 주민은 약 300명으로 실종자까지 더하면 이번 공격으로 주민의 3분의 1이 사라졌다.
이날 참사는 지난 3월 부르키나파소와 국경을 접한 몹티주 풀라족 마을인 오고사구에서 도곤족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격으로 풀라 주민이 160명 넘게 사망한 지 채 석 달도 안 돼 벌어졌다. AP통신은 이번 참사 발생지는 풀라족 집단 학살 배후로 지목되는 도곤족 무장 자위대 ‘단나 암바사구’의 근거지 한 복판에 있는 마을로 보복 공격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풀라족 공동체 대표단체 '타비탈 풀라아쿠'는 이날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면서도 성명을 통해 “범죄자들이 처벌받지 않고 정부가 무능한 탓에 빚어진 폭력의 악순환이다”고 비난했다. 말리의 유엔 평화사절 마하마트 살레 아나디프는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야만적인 행태”라면서도 “선도 악도 없는 싸움으로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도곤족과 풀라족은 오래 전부터 갈등해왔다. 유목 민족인 풀라족의 가축들이 도곤족 농작물들에 피해를 입혀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부에서 기승을 부리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들이 민족 간 갈등을 조장하면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남부로 세력을 넓히고, 이 과정에서 양측에 전쟁 무기가 흘러들어가면서 민족 갈등이 격화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도곤족은 풀라족들이 이슬람국가(IS) 사하라 지부 조직과 연관돼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풀라족은 도곤족이 IS에 맞선다는 이유로 말리 정부군의 도움을 받아 준군사조직이 되고 있다고 비난한다. 말리 정부는 3월 풀라족 마을 참사 이후 단나 암바사구의 무장을 해제시키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말리 정부에 도곤족 무장조직 해체를 촉구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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