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역사상 최초의 민선 대통령이었던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68)이 17일(현지시간) 재판을 받던 도중 사망했다. 2011년 중동 민주화 운동 ‘아랍의 봄’ 당시 30년 장기 독재 중이던 호스니 무바라크 군부정권을 몰아내고 이듬해 대통령에 당선됐던 상징적인 인물이 사라진 것이다.
이집트 법조계 소식통은 “무르시 전 대통령이 판사 앞에서 20분 동안 말하다가 의식을 잃었다”면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집트 국영TV는 사인이 심장마비라고 보도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이 이송됐던 병원에서 약식 장례의식이 치러졌으며 유해는 18일 오전 카이로 나스르 묘지에서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장됐다. 유족들은 그를 고향에 묻기를 희망했지만 불허됐다.
이집트 당국이 속전속결로 그를 매장한 것은 사인을 은폐하려는 시도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유엔 차원의 독립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무슬림형제단은 17일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이집트 정부 당국의 조치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전 세계 이집트 대사관 주변에 모이자”고 촉구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은 풀뿌리 이슬람 운동단체 무슬림형제단 간부 출신이다. 대통령 당선 1년 만인 2013년 7월 군부 쿠데타로 축출됐다. 쿠데타를 주도한 인물이 압둘팟타흐 알시시 현 이집트 대통령이다. 사법당국은 2012년 반정부 시위대 살해혐의로 징역 20년, 카타르에 군사기밀을 넘긴 혐의로 종신형(25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은 무르시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와 접촉했다며 간첩 혐의를 추가로 제기한 데 따른 것이었다.
무르시 사망 이후 시시 군부정권의 탄압실태를 고발하고 국제사회의 압박을 촉구하는 무슬림형제단의 노력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시 대통령은 무슬림형제단까지 테러조직으로 지정해 국내 활동을 금지하며 무차별 탄압하고 있다. 끈끈한 관계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무슬림형제단을 해외테러조직(FTO)으로 지정할 것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은 1951년 이집트 북부 샤르키아주 나일델타지역에서 태어나 1975년 카이로대 공대를 졸업했다. 미국에서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이집트 자가지크대에서 교수로 일했다. 그는 1992년부터 무슬림형제단 정치국 위원을 맡았다.
무슬림형제단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애도를 표했다. 그는 “알라가 우리 형제 무르시를, 우리 순교자의 영혼에 안식을 주시기를”이라고 말했다. 타밈 카타르 국왕도 트위터에 “깊은 슬픔”이라며 애도 메시지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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