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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점입가경 美·이란 갈등…혁명수비대 “미국의 정찰 드론 격추했다”

이란이 자국 영공에 침임한 미국의 정찰 드론을 격추시켰다고 밝혔다.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는 2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호르무즈 해협 인근 남부 호르모즈간주 쿠흐모바라크 영공에서 간첩활동을 벌이던 미국의 정찰 드론 ‘RQ-4 글로벌 호크’를 지대공 미사일로 떨어뜨렸다고 발표했다. 

 

미군의 정찰 드론 RQ-4 글로벌 호크

 

한편 이날 앞서 미국 정부는 반이란 전선 결집을 위한 걸프 동맹국 순방 일정을 밝혔다. 양국이 말로만 전쟁까지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실제로는 긴장만 고조시키는 행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혁명수비대 발표에 미국은 즉각 반박했다. 빌 어반 미군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미군은 오늘 이란 이란 영공에 어떤 항공기도 띄우지 않았다”면서 격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하지만 AP통신은 익명의 관료를 인용해 드론이 격추된 것은 맞지만 이란 영공이 아닌 공해인 호르무즈 해협 상공에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혁명수비대의 발표는 지난 13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벌어진 일본·노르웨이 유조선 공격에 사용된 선체부착폭탄은 이란 무기로 추정된다고 미군이 주장한 바로 다음날 나왔다. 잇딴 상선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면서 압박하는 미국의 모순된 행태를 지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RQ-4 글로벌 호크는 고고도에서 30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으며 거의 실시간으로 고해상 이미지를 전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 정부는 미국이 상선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는 것은 반이란 정책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한 술수라며 맞서고 있다. 특히 지난 13일 상선 공격은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당국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은 이란의 핵개발 재개 압박에도 이란이 최근 중동지역에서 대리 무장세력을 앞세워 군사위협 행동을 자주 벌이고 있다면서 연이어 추가 파병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날 미국 국무부는 브라이언 훅 이란정책특별대표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쿠웨이트·오만·바레인 등 걸프 동맹국 순방길에 나섰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훅 대표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만에서 상선 공격을 포함한 이란의 적대행위 증가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훅 대표는 지난 18일 하원외교위원회에 출석해 “우리의 이란 정책의 목표는 군사적 충돌이 아니라 이란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전술은 잘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테드 도이치 외교위원장은 자유유럽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이 정부의 정책은 이란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는 것이라기 보다는 양국의 오판 가능성을 증가시켜 군사충돌 직전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