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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르시는 시시가 죽였다” 이집트 군부정권 비난 여론 부글부글

이집트의 첫 민선 대통령 출신인 무함마드 무르시가 17일(현지시간) 재판 도중 사망한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압둘팟타흐 알시시 이집트 군부 정권이 무르시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터키·카타르 등 인근 중동 국가에서는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고 AP통신 등이 18일 보도했다.

 

 터키 시민들이 18일(현지시간) 이스탄불 파티흐 이슬람사원에서 열린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 추모 기도에서 무르시 전 대통령이 속했던 무슬림형제단에 연대를 표시하는 의미로 네 손가락을 펼쳐보이고 있다. 이스탄불AP연합뉴스

 

유엔인권사무소는 이날 성명에서 “무르시가 6년 넘게 수감돼 있는 동안 의료서비스, 변호사·가족 접견 기회가 충분히 허용됐는지를 비롯해 구금환경 전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한 즉각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촉구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도 성명에서 “수감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은 이집트 정부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사라 레아 휴먼라이츠워치 중동·아프리카 지부장은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무르시의 끔찍한 죽음은 예고됐던 것”이라면서 “이집트 정부는 무르시가 여러번 법정에서 쓰러졌고 최근 체중이 급격히 줄었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무르시가 변호사 접견권도 거부된 채 하루 중 23시간 동안 독방에 수감됐던 것도 문제삼았다. 이집트 사법당국이 무르시를 고문한다는 의혹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인권단체들은 이집트 사법당국의 정치범 학대, 수형자의 제도적 고립 등에 초점을 맞춰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풀뿌리 이슬람 운동단체 무슬림형제단 간부 출신인 무르시 전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인 터키·카타르에서는 이슬람사원을 중심으로 추모 물결이 일었다. 터키 이스탄불 파티흐 이슬람사원에서 열린 추모기도회에는 수천명이 참석했다. 예멘 시민운동가이자 언론인으로 201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타우왁쿨 카르만은 “나와 세계 자유시민들은 자유로 가는 길에서 위대한 헌신을 보여준 무르시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집트 시시 정권에 대한 비난 여론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파티흐 이슬람사원 기도회에 참석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사실상 이집트 정부가 사인을 은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집트 정부는 비열하게 유족에게 시신을 내주지도 않았다”면서 “나는 무르시가 자연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집트 무슬림형제단 간부 출신으로 터키에 망명 중인 아므르 다라그는 “시시 대통령이 살인자”라고 알자지라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