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계획의 경제부문 구상인 ‘번영으로 가는 평화계획’을 처음으로 공식 발표했다. 백악관은 2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 시 필요한 자금 500억달러를 모금하고 팔레스타인과 주변 중동 국가들에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팔 평화계획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하지만 이·팔 간 정치 쟁점이 먼저 해결되어야 가능한 일로 본말이 전도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국 정부는 보조금, 장기 저리 차관, 민간 투자자금 등을 포함해 최소 500억달러를 모금한 뒤 다국적 개발은행이 관리하는 펀드에 투입하고, 총 179개의 사업 프로젝트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자금 중 280억달러는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의 인프라 및 관광·의료시설 구축 사업 등에 쓰인다. 이스라엘의 봉쇄정책으로 고립된 가자지구와 서안을 잇는 고가도로 건설에도 50억달러가 투입된다. 가자지구 인근 시나이반도에 팔레스타인 공장·공항 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이집트(90억달러), 요르단(75억달러), 레바논(60억달러) 등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 사업에 동참하는 국가들에 자금을 지원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이·팔 평화계획을 설계하고 있는 재러드 쿠슈너는 이날 공개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제대로 실행만 된다면 서안과 가자지구에 일자리 수백만개가 생긴다”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빈곤율은 절반으로 떨어지고 경제성장률은 2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부문 구상 실현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25일 바레인 국제경제회의를 언급하면서 “모두가 참석해 이 문제에 귀 기울이게 했다는 점에서 작은 승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이스라엘을 제외한 중동 아랍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던 것에서 변화했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마무드 아바스 대통령은 “정치적인 해법이 마련되지 않는 한 우리는 어떤 경제 해법 논의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팔 평화협상의 팔레스타인 측 카운터파트 기구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집행위원회 위원 하난 아슈라위는 트위터에 “가자지구 봉쇄부터 풀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땅·자원 도둑질부터 멈추게 하라”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자유로운 이동과 국경·영공·수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먼저 달라”고 썼다.
전문가들은 이·팔 국경 설정, 팔레스타인이 미래 국가 건설 시 수도로 삼으려는 동예루살렘 지위 설정, 자주 국방 권리 등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경제부문 구상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당장 이·팔 간 물리적 충돌이 빈번한 가자지구에서 관광업을 활성화시키기는 어렵다. 세계은행조차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정책이 팔레스타인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상황이어서 선뜻 경제부문 구상 실현 계획에 나서는 아랍 국가들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미국 관료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바레인 회의에 참석하는 아랍 국가들 중에는 트럼프 정부의 반이란 정책에 지지를 표명하고 비위를 맞추기 위해 참석하는 것으로 보이는 나라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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