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최대도시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 결과 제1 야당인 공화인민당(CHP) 후보 에크렘 이마모을루가 앞선 선거보다 더 큰 격차로 승리했다. 이마모을루 후보가 24일(현지시간) 전날 치러진 선거 개표가 99% 이상 진행된 가운데 54.03%를 득표해, 45.09%를 얻는 데 그친 전직 총리 출신 여당 후보 비날리 이을드름에 크게 앞섰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지난 3월 선거 당시 득표율 격차는 0.16%에 불과했다. 여당 정의개발당(AKP)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재선거까지 몰아갔지만 오히려 대패하면서 향후 국정 운영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의 권위주의적 통치 행태와 리라화 가치 하락·실업률 증가 등 장기화되는 경제난에 성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스탄불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시장을 역임했던 곳으로 그의 정치적 고향으로 평가받는다. 이곳에서의 패배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매 선거 유세 때마다 “이스탄불의 승자가 터키 전체에서 승자가 될 것”이라며 총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패했다. 23일 선거 출구조사 결과 이마모을루가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트위터에 짤막한 축하 인사를 남기며 패배를 인정했다. AKP는 이날 이스탄불까지 야당에 내주며 수도 앙카라 포함 주요 5대도시 중 4곳을 빼앗겼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위주의 리더십에 대한 반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스탄불 시민 굴칸 데미르카야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시장 재선거는 독재를 끝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새 대통령으로 이마모을루를 다시 보고싶다”면서 “한 사람이 지배하는 나라는 이제 끝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에르도안은 2003년부터 총리와 대통령을 오가며 16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다. 알자지라 등 주요 외신들은 군부 쿠데타 저지 이후 무차별 반대파 탄압·숙청 등 공포정치에 대한 반감이 이번 선거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봤다. BBC는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이마모을루의 승리를 반기는 인파들이 거리로 쏟아졌다고 보도했다.
이마모을루 후보는 사업가 출신에 이스탄불 서부 베일리크뒤쥐 구청장으로 재직했을 뿐 이렇다 할 정치경험이 없다. 하지만 경제문제에 집중하는 실용주의와 다수를 아우르는 포용의 정치로 대승을 이끌었다. 그는 빈곤율 낮추기, 학생 교통비 인하 등 민생경제 문제부터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마모을루가 공격적인 세속주의와 민족주의라는 CHP의 노선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이마모을루는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 기간동안 금식을 하고, 유세 연설에서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인용하면서 이슬람 색채를 강화하고 있는 AKP의 지지층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였다.
이마모을루는 23일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지지자들 상대 연설에서 “이번 선거는 한 사람, 한 정당, 혹은 한 분파의 승리가 아니라 이스탄불, 터키 전체의 승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르도안 대통령과도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빨리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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