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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쿠슈너 “이·팔 평화계획, 아랍 평화계획 따르지 않을 것”…두 국가 해법 배제 공식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계획을 설계하고 있는 재러드 쿠슈너 미국 백악관 선임고문이 25일(현지시간) 공개된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국제사회가 제시하는 평화방안인 ‘두 국가 해법’ 배제를 공식화했다. 이스라엘 총선이 끝나고 정부가 구성되는 11월에서야 정치부문 구상을 밝히겠다고 한 것과 달리 이스라엘에 치우친 정치적 입장을 먼저 피력하면서 평화계획 추진에 진통이 예상된다. 

 

재러드 쿠슈너 미국 백악관 선임고문(가운데)이 5월30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예루살렘로이터연합뉴스 

 

쿠슈너 선임고문은 이날 인터뷰에서 2002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제안한 아랍 평화계획을 따르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두 국가 해법을 거부했다. 아랍 평화계획은 이스라엘이 전쟁으로 빼앗은 아랍 국가들의 땅을 돌려주고 외교관계를 체결해 지역 안정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이를 이스라엘이 따라야만 팔레스타인이 미래 국가 건설시 수도로 삼으려는 동예루살렘의 지위가 안정적으로 확보돼 두 국가 해법이 바로 설 수 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동예루살렘을 요르단으로부터 탈환해 점령하고 있다. 

 

쿠슈너는 “이제껏 어떤 거래든 성사됐다면 아마도 그것은 아랍 평화계획의 기조를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팔 평화계획은 아랍 평화계획과 이스라엘의 입장 그 중간 어디쯤에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두 국가 해법이 아직도 유효하냐는 알자지라의 질문에 “만일 그 지점에서 협상이 성사될 수 있었다면 진작에 이뤄졌어야만 했다”고 답했다. 쿠슈너는 당초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하는 데서 갈등이 생겨나는 것이라면서, 대신 팔레스타인의 자치권을 확대 보장하고 경제 지원을 하자는 입장이었다. 

 

이번 발언은 이·팔 평화계획 수립 과정에서도 이스라엘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쿠슈너 선임고문의 참모진 중 한 명인 데이비드 프리드먼 이스라엘 대사는 지난 8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국제법상 불법인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 내 유대인 정착촌 일부를 이스라엘 영토로 병합시켜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른 참모인 제이슨 그린블라트 중동특사는 프리드먼 대사의 발언을 두둔하면서 이·팔 평화계획이 이스라엘 선거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표를 정부 구성 이후인 11월 이후로 늦출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 언론이 미국의 이·팔 평화계획 구상 관련 외교문서를 입수해 보도한 것에 따르면 유대인 정착촌의 이스라엘 영토로 병합,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통치 공식화, 치얀 유지 목적 외 팔레스타인의 군대 조직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쿠슈너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이스라엘은 주권국가이고 수도가 어딘지 결정할 권리가 있다”면서 “미국도 다른 주권국가의 결정을 인정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장인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언한 것을 재차 지지한 것이다. 

 

당장 이·팔 평화계획의 경제부문 구상을 밝히는 자리인 바레인 국제경제회의에 대한 비판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 쿠슈너 선임고문은 팔레스타인 미래 국가 건설시 인프라 구축 등 경제지원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해 온 사우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물론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이집트·요르단 등 국가 관료와 재계 인사들도 이번 회의에 참석한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이번 회의를 두고 두 국가 해법에 기초한 정치 문제 해결을 회피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에 대한 아랍국들의 지지를 흔들려는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무함마드 슈타예 팔레스타인 총리는 전날 “바레인에서 열리는 회의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서 “어디서 지원자금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모든 경제문제가 이스라엘의 조치와 관련됐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