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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럽이 우릴 버렸다” 지중해상 이민자 구조선 시와치3, 선원 형사처벌 겁박에도 이탈리아 입항 시도

유럽국으로 향하는 이민자들을 지중해에서 구조한 선박이 이탈리아 정부의 승선원 형사처벌 및 거액의 벌금 위협에도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남서부 람페두사섬으로 입항을 시도하고 있다. 리비아 해상에서 구조된 42명의 이민자를 실은 독일 선박 시워치3가 이날 남페두사섬 입항을 시도했다고 도이체벨레 등이 보도했다. 

 

 

시워치3 측은 유럽국들이 제 역할을 안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가운데, 이탈리아 정부는 독일 정부에 항의 표시를 하는 등 유럽국 간 외교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시워치3는 지난 12일 고무보트를 타고 이동 중 전복된 이민자들을 구조한 뒤 2주간 지중해를 표류했다. 이날 입항 시도는 오랜 시간 표류로 선내 이민자들의 건강 상태가 이미 많이 악화된 데다가, 이탈리아 정부가 인근 항구에 선박 입항을 허용할 수 있도록 임시 조치를 취해달라는 청원을 유럽인권재판소가 전날 기각한 데 따른 것이다. 이탈리아 북서부 항구도시 제노바의 항구노동자 단체가 입항을 제안했지만 거절했다. 시워치3가 소속된 이민자 구조단체 시워치 대표 타미노 뵘은 유로뉴스와 인터뷰에서 “선내 상황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이었다”며 “가장 가깝고 안전한 항구를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워치는 “11명은 즉각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며 나머지 인원도 상태를 가늠하기 어려운 위급한 상황”이라면서 이탈리아 정부의 선원 형사처벌, 벌금 협박에도 급히 입항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최근 자국 항구에 입항하는 이민자 구조선 선원들을 불법입국 지원 혐의로 기소하거나 최대 5만유로(약 6600만원)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하는 포고령을 내렸다. 시워치3 선장 카롤라 라케테는 트위터에 “어떤 위험에 맞딱드리게 될지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은 지칠대로 치졌고 나는 이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갈 것”이라고 썼다. 

 

뵘 대표는 전날 유럽인권재판소 결정을 두고 “인권을 우선시하고 지켜나가겠다는 유럽의 가치는 어디로 갔느냐”면서 유럽국들이 난민 분담수용 등 제 할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라케테 선장은 “유럽이 우리를 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살비니 부총리는 이날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선박이 등록된 네덜란드와 독일 정부에 항의 표시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네덜란드든 독일이든 벨기에든 어느 나라든 이민자들을 데려가지 않는다면 누구도 배에서 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와치3는 지난 1월에도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으로 입항을 시도했다가 2주 가까이 표류한 적이 있다. 이탈리아는 프랑스·독일·포르투갈 등 6개국으로부터 구조된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뒤에야 입항을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