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

리비아 동부정부군 터키 드론 격추, 주변 중동국까지 군사적 긴장 고조돼

리비아 내전 당사자인 동부정부 군대 리비아국민군(LNA)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터키의 정찰용 무인기(드론)을 격추하면서 역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LNA는 이날 페이스북 성명을 통해 라이벌 정부인 서부 통합정부(GNA)를 지원하는 터키에 대한 군사보복으로 이날 리비아 북서부 트리폴리 미티가 국제공항에서 터키의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리비아에서 군사적 대립이 각기 다른 정부를 지원하는 인근 중동 국가까지 번지고 있다. 

 

 

LNA는 “우리 전투기가 공항에서 이륙하려던 터키의 베이라크타르 드론을 격추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이 드론은 LNA를 공격할 채비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터키 외무부는 이날 LNA 공격에 앞서 이들에 붙잡힌 자국민 6명이 즉각 석방되지 않을 경우 LNA를 합법적인 군사공격 대상으로 삼을 것이다고 위협했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훌루시 아카르 국방장관은 “군사적 적대행위에 대한 대가는 혹독할 것”이라며 “우리는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방법으로 보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LNA는 이날 드론 공격 발표 후 유전지대 도시 아지다비야에서 터키인 2명을 체포했고 밝혀, 터키의 자국민 6명 억류 주장을 일부 인정하기도 했다. 터키 외무부는 1일 LNA에 억류돼 있던 자국민 선원 6명이 모두 풀려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측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LNA가 터키를 공격한 것은 최근 터키가 GNA의 군사 지원을 강화하면서 전세가 역전됐기 때문이다. 미들이스트아이 등 중동전문매체들은 터키가 지난 5월 지뢰방어 기능이 있는 장갑트럭 수십대와 드론을 GNA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동부정부의 실질적인 지도자 칼리파 하프타르가 이끄는 LNA는 지난 4월 남부 지역 이슬람 무장조직을 대부분 포섭한 뒤 GNA의 수도 트리폴리로 진격했다. 전투 초반 선전했지만 얼마 안 가 트리폴리 진입로 소도시들에서 잇따라 GNA군에 패했고, 지난달 26일에는 최대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가리얀을 다시 내줬다. 트리폴리에서 남쪽으로 70여㎞까지 밀려난 것이다. 


하프타르는 가리얀을 빼앗긴 뒤 이틀 만인 지난 28일 리비아에서 터키로 가는 모든 민항기 운항을 금지하면서 자신들의 영역 내 터키 선박과 기업들에 대한 공격을 명령했다. 동부정부는 이날도 터키산 수입품은 물론 터키 상징물까지 불법이라고 선언하는 등 한층 강화된 터키 적대 조치를 내놨다. 

 

리비아 각 정부를 지원하는 국가들 간 군사적 긴장도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터키는 하프타르의 LNA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척결을 표방하면서 국제사회가 인정한 합법적인 이슬람주의자 정부를 와해시키려 한다고 비난하며 리비아 내 자국 군대 주둔을 정당화하고 있다. 한편 군부정권이 들어선 이집트와 이슬람 수니파 왕정국가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LNA에 무기를 제공하고 군사정보를 공유한다. 이스라엘 언론 예루살렘포스트는 “리비아 내전의 국제전 양상이 더욱 분명해졌다”면서 “터키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등 역내 다른 패권국가들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