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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리오그란데강 비극 조롱·민주당 여성의원 성희롱’ 美 국경순찰대원…당국, 징계 절차 착수

미국 국경순찰대원들이 페이스북 비공개 페이지에서 사망한 이민자를 조롱하고, 이민자 수용시설을 방문한 여성 국회의원들을 성희롱한 사실이 발각돼 당국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고 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최근 이민자 수용시설의 열악한 실태, 월경 과정에서 중남미 국가 이민자들의 비극적인 사망 소식이 잇따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국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왼쪽), 호아킨 카스트로(오른쪽) 하원의원이 1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남부 국경지대인 클린트의 이민자 수용시설을 방문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클린트AFP연합뉴스

 

이날 미국의 비영리 독립탐사 매체 프로퍼블리카는 전현직 국경순찰대원 9500여 명이 ‘나는 10-15(국경을 넘으려던 이민자들을 잡아 수용시설로 옮겼다는 뜻의 국경순찰대 암호)다’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이민자와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인을 조롱하는 게시물들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회원은 지난 5월 텍사스주 웰사코의 국경순찰대 시설에 수용됐다가 숨진 16세 과테말라 출신 이민자를 언급하면서 “어쩔 수 없지 뭐”라고 말하는 만화 캐릭터의 편집 동영상을 올렸다. 다른 회원은 영화 <록키>에 나오는 “죽으면 죽는 것”이란 대사와 이미지로 답했다. 미국·멕시코 접경 리오그란데강에서 지난달 24일 숨진 채 발견된 엘살바도르 출신 부녀의 사진을 두고 “시신이 너무 깨끗하다”며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게시물도 발견됐다. 해당 사진과 함께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말한다”는 글이 덧붙었다. 

 

정부 당국은 관련자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국경순찰대의 최상위 관할기관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소셜미디어상에서 혐오 발언 게시물에 대한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카를라 프로보스트 국경순찰대장은 “이런 게시물들은 우리 요원들로부터 기대하는 명예와 통합의 가치에 철저히 반대된다”며 관련자 중징계를 예고했다. 

 

‘10-15’ 페이지에는 이날 이민자 수용시설 방문을 예고한 민주당 소속 여성 의원들을 향한 성희롱 글도 여럿 올라왔다. 일부 회원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베로니카 에스코바르 의원을 ‘헤픈 여자’로 부르며 이들을 성폭행하자고 했다.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과 구강성교를 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합성 사진도 올라왔다. 두 여성 의원이 히스패닉계 이민자 출신임을 상기시키면서 텍사스주 클린트·앨패소의 이민자 수용시설을 방문할 때 이들의 전통음식 부리또를 던지자고 부추기는 글도 있었다.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이민자 수용시설을 방문하고 난 뒤 “이들의 혐오 게시물은 전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이민자 수용시설에서 이민자들이 다뤄지는 것을 보면 충분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우리(민주당 의원들)이 목격한 수용시설 내 폭력적인 문화를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같이 시설을 방문한 호아킨 카스트로 의원은 “시설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한 여성은 국경순찰대원으로부터 화장실 변기 물을 먹으라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