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넘어가려는 이민자들의 기착지 국가인 리비아의 이민자 수용시설 공습을 규탄하는 국제사회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북서부 트리폴리 인근 타조우라에 위치한 이민자 수용시설이 공습을 받아 최소 44명이 숨지고 130여 명이 부상했다. 이튿날인 3일 유엔이 규탄성명을 채택하기 위한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전쟁범죄 여부를 가리기 위한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리비아 내전이 격화되면서 난민위기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유엔은 이날 성명에서 “계속되는 전쟁의 어리석음이 이 혐오스럽고 피비린내 나는 학살을 이끌었다”고 공습을 규탄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 끔찍한 사건을 가장 강도높은 어조로 규탄했으며, 공습 책임자를 꼭 법의 심판대 앞에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가산 살라메 유엔 리비아 특사는 “분명히 전뱅범죄가 성립할 것”이라면서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유럽연합(EU)과 아프리카연합(AU)도 이날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번 공습 희생자 중에는 아이와 여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타조우라 시설에는 약 600명의 이민자가 수용돼 있었다. 부상자들의 상태가 심각해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리비아 동부·서부정부는 서로에게 공습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서부 통합정부(GNA)는 동부정부 군대인 리비아국민군(LNA)이 지난 1일부터 공습 강도를 높이겠다고 선언했다면서 이번 공습은 LNA 소행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LNA는 자신들은 이민자 수용시설 인근 군사시설만 공습했다면서, GNA 추종 지역 무장세력이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오폭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BBC는 최근 전세가 역전된 LNA가 공습 수위를 강화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GNA가 이민자들을 전선 근처 군사시설에 계속 수용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엔난민기구는 타조우라 시설이 앞서 몇주 전에도 공습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지난 5월 GNA에 시설 내 이민자를 다른 곳으로 긴급 대피시키라고 권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타조우라 시설은 격납고를 활용해 만든 것이다. AFP는 인근에 GNA 추종 무장세력의 무기 저장고가 있어 이 지역 일대가 LNA의 주된 공습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서로 다른 잇속때문에 리비아 내전 완화, 난민위기에 일치된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탈리아는 리비아 영해 인근에서 잡힌 이민자 수송 보트를 리비아로 다시 돌려보내도록 GNA와 협약을 맺었다. 유럽국들은 리비아로 돌려보내진 이민자들이 인신매매 위험에 노출되고, 이슬람 무장조직에 포섭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난민자격 심사 기간 동안 난민신청자들을 수용하도록 GNA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날 유엔에서 공습을 규탄하는 성명은 미국의 반대로 채택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최근 동부정부의 실질적인 리더인 칼리파 하프타르 LNA 총사령관의 이슬람 무장세력과의 싸움을 칭찬했다. 유엔은 GNA를 리비아 정부라고 인정하고 있지만 이집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프랑스는 동부정부를 은밀히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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