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으로는 최초로 유럽연합(EU) 수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이 안팎에서 자격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자국 연정파트너 정당인 사회민주당(SPD)은 못한 폰데어라이엔에게 EU 집행위원장을 맡길 수는 없다면서, 오는 16일(현지시간) 유럽의회 승인 표결에서 반대표를 예고했다. 장클로드 융커 현 EU 집행위원장까지 나서 후보 지명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나선 가운데 폰데라이엔이 어떤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독일 내부에서 폰데라이엔의 EU 집행위원장 반대 여론이 특히 거세다. 폰데어라이엔이 EU 수장으로서 적합하냐고 묻는 독일 공영방송 ARD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6%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적합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3%에 그쳤다. 앙겔라 메르켈 정부의 장관 지지도를 묻는 주간지 슈피겔의 여론조사에서는 맨 밑에서 두 번째 순위를 기록했다.
마르틴 슐츠 전 SPD 대표는 지난 2일 EU 회원국 정상들 간 합의 끝에 집행위원장에 후보로 지명된 폰데어라이엔을 “우리 정부에서 가장 약한 장관”이라며 조롱했다. SPD 소속으로 법무장관을 지낸 카타리나 바를리 유럽의회 부의장은 의회 승인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폰데어라이엔은 국방장관으로서 너무 무능했다”면서 “진작에 사임했어야 할 그는 EU 집행위원장으로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폰데라이엔을 지명하면 연정을 깰 수도 있다고 압박하는 SPD를 의식해 EU 회원국 정상 중에서는 유일하게 집행위원장 지명 투표를 기권했다.
폰데어라이엔은 2013년 독일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목표로 했던 만큼 군역량 강화에 실패하고 최근에는 부패 스캔들 연루 의혹까지 받고 있다. 독일 의회는 국방부가 민간 컨설팅회사와 자문 계약을 체결하면서 폰데어라이엔 장관의 사익을 위해 예산을 유용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외부 자문 컨설팅회사 중에는 폰데어라이엔 아들이 몸담고 있는 맥킨지도 있다.
융커 현 집행위원장은 폰데어라이엔과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동 다음날인 5일 “후보 지명 절차가 투명하지 못했다”면서 “나는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도 후보’ 방식으로 선출된 집행위원장으로 남게 됐다”고 말했다.
선도 후보 방식이란 유럽의회 선거에서 최다득표를 한 정치그룹의 대표 후보가 집행위원장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중도우파 그룹 유럽국민당(EPP)의 대표 후보인 만프레트 베버가 집행위원장이 되어야 하지만 헝가리·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 정상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SPD는 같은 중도좌파 유럽사회당(S&D) 그룹의 프란스 티메르만스 현 집해위원회 부위원장을 밀었지만 역시 동유럽 국가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동유럽 국가들이 반대하지 않은 덕분에 폰데어라이엔이 어부지리로 집행위원장 후보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타임스 등 유럽 주요 언론들은 폰데어라이엔이 유럽의회 표결에서 집행위원장 승인 마지노선인 과반(376표)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이번 유럽의회 선거 결과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녹색당 그룹(74석)에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EPP(182석)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정당이 소속된 리뉴유럽 그룹(108석)은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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