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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간 유전자 편집’ 판도라 상자 열리나

ㆍ미국 과학계, 중국 성장 위기감에 “허용을”…치료 목적 기준 놓고 ‘논란’

<크리스퍼 염기교정 유전자가위 개념 및 작동 원리>


미국 국립과학원(NAS)과 국립의학원(NAM)이 만든 국제 자문위원회가 14일(현지시간) 과학자들의 유전자 편집 연구를 조건부로 허용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 분야에서 급성장하는 중국의 추적에 위기감을 느낀 결과다. 자문위는 대를 이어 유전되는 질병을 치료하는 목적의 연구는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디까지 치료 목적으로 볼 거냐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부모들이 원하는 대로 아이를 ‘편집해’ 만들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자문위원들은 다른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심각한 유전성 질병과 장애를 치료하는 데만 유전자 편집기술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선천적으로 뇌세포가 손상되는 헌팅턴병이나 프랑스·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 국가 사람들이 많이 걸리는 유전성 빈혈인 베타지중해빈혈 등을 예로 들었다.


가위로 종이를 오리듯 유전자를 자르고 이어 붙이는 기술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속도와 정확성을 높였다고 평가받는 유전자 편집기술인 ‘크리스퍼-카스9’ 등을 통하면 유전성 질병이 아닌 암이나 실명 환자들도 치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자문위가 아직까지는 생식세포 유전자 조작이 불법인 미국에서 관련 연구가 진행될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줬다고 분석했다. 정자나 난자, 배아 등 생식세포 유전자 변형 연구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는 스웨덴이나 중국 등에서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성장세가 무섭다. 과학저널 네이처는 지난해 10월 중국 쓰촨대학 연구팀이 처음으로 크리스퍼-카스9 기술을 이용해 폐암 환자에게 유전자를 변형한 면역세포를 주입하는 임상시험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생식세포 유전자 변형 연구를 금지하는 윤리규정 때문에 관련 연구 성과가 지지부진한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이번 보고서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미국 식약청(FDA)과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보고서 작성에 자금을 댔다. 보고서를 작성한 자문위원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이탈리아·프랑스 등 유럽의 생명윤리학자와 과학자들이 포함돼 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유전자 조작 오류로 인한 부작용이 대물림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유전자 편집기술의 안정성은 아직 완전하게 검증되지 않았다. 자문위원들은 인간에게 적용하기 전에 동물 임상시험으로 안전성을 검증하고 사전연구를 충분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공정한 경쟁, 인간의 품위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회적인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