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

이민자 구조선 입항 압박에 伊 살비니 “이민자 차에 실어 독일 대사관에 보내겠다”

지중해 해상에서 구조된 이민자들을 실은 선박의 입항을 거부하는 이탈리아에 대해 주변 유럽국들이 압박하고 나섰다. 

 

몰타 정부는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가 입항을 거부한 독일 구조선 ‘알란 쿠르디’의 입항을 허용하고 이민자 전원을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분산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독일 정부는 알란 쿠르디 승선 이민자 수용 계획을 밝히면서 이탈리아 정부에 구조선 입항을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독일 구조선 시워치3의 이탈리아 강제 입항으로 고조되고 있는 양국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프 무스카트 몰타 총리는 이날 EU 집행위원회, 독일 정부와 협의 뒤 알란 쿠르디 승선 이민자 전원을 EU 회원국으로 분산 수용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조선 입항을 막은 이탈리아도 이민자를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 당국은 최근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가 내린 포고령에 따라 사전 협의 없이 자국 항국에 입항하려는 선박을 막고 있다. 여기에 강제로 입항에 성공한 구조선 선원들은 불법 이민을 도운 혐의로 기소되거나 최고 벌금 5만유로(약 6628만원)를 내도록 했다. 이날 몰타로 입항이 허용된 알란 쿠르디도 앞서 이탈리아에 먼저 입항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몰타로 방향을 튼 것이다.

 

몰타 정부는 이날 수색구조구역에서 발견된 침몰 선박에서 이민자 50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이 선박과 알란 쿠르디에 승선하고 있던 이민자 40명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가 3일(현지시간) 네투노의 국립 사격훈련장을 방문해 테이저건을 들어 보이고 있다. 네투노EPA연합뉴스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은 이탈리아 정부에 입항을 재개하도록 촉구하는 서한도 보냈다. 제호퍼 장관은 서한에서 “우리는 정박할 항구를 찾지 못해 몇 주 동안 지중해를 떠도는 선박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탈리아가 구조선 입항 거부로 인도주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에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나는 다시 항구를 열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민자들을 차에 태워 독일 대사관으로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구조선 입항 거부 정책으로 인한 양국 갈등은 최근 독일 구조선 시워치3의 이탈리아 강제 입항으로 더욱 고조됐다. 시워치3는 지난달 29일 리비아 해상에서 구조된 41명을 태우고 이탈리아 남서부 람페두사항에 무단 입항했다. 항로를 막아선 이탈리아 해안경비대 경비정을 들이받는 등 물리적 충돌도 있었다. 선장 카롤라 라케테는 이탈리아 정부 입항 금지 명령을 어겨 체포됐다. 법원은 지난 2일 이주민들의 생명 보호 의무를 다한 것이라며 라케테 석방을 명령했다. 하지만 불법 이민 지원 혐의로 기소돼 있어 독일·이탈리아 양국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