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내전에 개입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예멘 주둔 자국 군대 병력을 줄이고 재배치하고 있다. UAE군이 전략적 요충지인 호데이다 남부에서 130㎞ 떨어진 코카 기지에서 전원 철수하는 등 병력을 줄이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이 익명의 UAE 관료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UAE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예멘 후티 반군 공습 작전의 핵심 파트너다. 최근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과 미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사우디로서는 UAE의 협력이 절실하다. 현 시점에서 UAE의 병력 축소 배경이 주목된다.
UAE 정부는 남부 아덴항을 비롯해 서부 해안가 지역을 중심으로 병력을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UAE 군관료는 “전략적인 필요에 따라 병력을 축소하는 것”이라면서 “군우선 전략에서 평화우선 전략으로 이동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흥적인 결정이 아니라 사우디와 1년 넘게 협의한 결과라는 점도 덧붙였다. 이 관료는 “예멘 9만 병력을 훈련시켰기 때문에 군사적 공백을 우려하지 않는다”면서 “이는 예멘에서 우리가 거둔 주요한 성과다”고 말했다.
UAE의 병력 축소 및 재배치 발표는 지난 6월 이란이 미군의 무인정찰기(드론)를 호르무즈 해협에서 격추하며 역내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나왔다. UAE가 이란 혹은 대리무장세력과의 군사적 충돌에 대비해 자국에 병력을 배치시켜 놓고 싶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이란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UAE 관료는 “전체적인 전략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2015년 예멘 내전에 개입할 때부터 달랐던 UAE와 사우디의 속내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일 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말 가심 미국 미시간주립 그랜드밸리대 교수는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후티 반군을 굴복시켜 이란의 역내 영향력을 없애려는 반면, UAE는 예멘이 남북으로 갈라지길 원하고 남부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UAE는 남부 지역 명망가들이 중심이 된 분리주의 진영을 지원해왔다. 남부 분리주의 진영은 정부 요직에서 남부 출신들이 배제되고 자원만 착취당하고 있다면서 1994년 반란을 일으키는 등 중앙정부에 꾸준히 저항했다. 2017년에는 UAE가 지원하는 분리주의 진영 무장조직 안보벨트군(SBF)과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군이 아덴 공항에서 교전을 벌이기도 했다.
예멘 내전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는 것도 UAE군 축소 배경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3월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는 전쟁범죄 국가가 될 수도 있는 사우디에 무기 지원을 하는 서구 국가들을 비난했다. 유엔은 그해 8월 예멘 내전의 모든 당사자들이 전쟁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잠정 결론지었다. 전 세계 무력분쟁 실태를 조사하는 비정부단체 ‘무력충돌 지역·사건 정보 프로젝트(ACLED)’는 지난달 기준으로 현재까지 4500여 건의 민간인 표적 공격이 일어나 1만1700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민간인 사망 책임 비율은 후티 반군 세력이 16%인 반면, 사우디가 주축이 된 아랍연합군 세력은 67%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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