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여당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를 백지 위에서 재검토하도록 하는 법안 발의에 나섰다. 공화당 소속 짐 리쉬 상원 외교위원장이 10일(현지시간) 사우디가 인권 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왕실 인사의 미국 입국까지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더힐 등이 보도했다.
리쉬 위원장은 사우디 제재와 관련해서 야당인 민주당과 초당적인 협력을 이끌어 온 인물이다. 이날 트럼프 정부가 사우디 포함 아랍 동맹국으로 80억달러(약 9조3800억원)어치 무기 판매를 긴급 승인한 것과 관련해 열린 청문회에서 사우디가 주도하고 있는 예멘 내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우디와 관계를 재평가하는 초당적 방법을 제공하는 법안을 우리 무도가 함께 통과시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법안은 사우디 국왕과 외무부 소속 관료를 제외한 왕실 인사의 미국 비자 발급을 트럼프 대통령이 막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리쉬 위원장은 발의 법안에서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난폭한 일처리 방식이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정보당국은 지난해 10월 터키 이스탄불 내 사우디 영사관에서 벌어진 카슈끄지 살해를 무함마드 왕세자가 지시했다고 잠정 결론내렸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로부터 무함마드 왕세자에 책임을 묻도록 해야한다는 압박에 직면해왔다.
민주당은 정부의 사우디로 무기 판매 긴급 승인을 집중 공격했다. 밥 메넨데스 민주당 상원 외교위 간사는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리처드 쿠퍼 국무부 차관에게 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무기판매 승인 3일 전에야 통보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5월 이란의 군사 위협 고조를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의회 승인 우회 긴급 면제조항 발동 결정을 의회에 통보했다. 메넨데스 의원은 쿠퍼 차관에게 “당신은 임기를 시작한 뒤로 줄곧 의회를 업신여겼다”면서 “나도 법을 무시하고 당신을 관련 절차에서 제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테드 크루즈 의원도 “사우디는 문제가 많은 파트너”라면서 "무기 판매 관련해서 정부가 내세우는 절차는 허튼 소리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중동에서 이란의 군사적 위협이 증대되고 있고, 이란 금수 조치에 따른 유가 급등을 막는 데 사우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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