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최근 이란의 잇딴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 위반에도 합의를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EU 회원국 외무장관들이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본부에서 회동 뒤 핵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며 이란에 추가 제재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국의 이란 최대 압박 노선에 동참하지 않고 외교적인 해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대표는 “핵합의 당사자 중 어느 누구도 이란이 중대하게 합의를 위반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이란이 취한 조치들은 되돌릴 수 있는 것들이다”고 말했다. 이란은 지난해 미국의 일방적인 핵합의 탈퇴에 따른 제재 복원에 대한 상응조치로 지난 1일 저농축우라늄 보유량 한도 300㎏을 넘겼다. 지난 8일에는 우라늄농축도 상한선 3.67%도 초과했다고 밝혔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미국이나 이란 모두 나쁜 결정을 내렸지만 유럽은 핵합의를 유지하기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우리가 해야할 일은 이란이 핵합의를 준수하는 쪽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탈출구를 찾아주는 것이다”고 밝혔다.
EU의 이같은 태도는 이란이 자국산 원유·금속 수출 금지 등 미국의 경제 제재에 따른 피해를 복구해주지 않을 경우 본격적으로 핵개발을 하겠다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측 핵합의 당사국인 독일·프랑스·영국이 공동으로 설립한 제재 우회거래 특수목적법인 ‘인스텍스’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모게리니 대표는 “인스텍스는 잘 가동되고 있으며 조만간 이를 통한 첫 거래가 성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3국이 핵합의를 지켜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이란이 인정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럽 측 핵합의 당사국 정상들은 이란과 미국 사이에 대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만나겠다며 중재역을 자처했다. 그는 “지난 몇주간 유럽국들의 노력덕분에 이란의 과잉대응 등 최악의 사태를 막았다”면서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는 중재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프랑스·독일·영국 정상들은 전날 핵합의 당사국들의 대화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대화국면 조성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이란은 인스텍스 가동 약속에도 이란산 석유 구매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며 유럽국들에 협조적이지 않다. 독일·프랑스·영국은 인스텍스를 이란과 유럽국 간에 물물교환 거래를 돕는 형태로 설계했다. 여기에 초기 거래품목은 의약품·의료기기·식품 등 인도주의 제품으로 한정해서 이란으로서는 당장 현금을 만지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이란의 원유매매 포함 압박에도 유럽국들은 미국의 더 큰 보복조치를 우려해 꺼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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