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시당국이 최근 급조한 무료 음악축제를 내놓고 있다. 다음달 8일(현지시간) 열리는 지방의회 선거에서 반정부 성향 인사들의 출마가 금지되자 모스크바 등 러시아 전역에서 연일 항의 시위가 열린 것에 대한 대응책이다. 대규모 시위에 쏠리는 관심을 분산시키기 무료 음악축제를 급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으며, 뮤지션들 일부는 초청을 거부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은 모스크바 정부가 시위로 쏠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 시위 동력을 약화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모스크바 시정부는 대규모 미허가 집회가 예고된 지난 3일 고리키공원에서 록음악 축제 ‘샤슬릭 라이브’를 열었다. 이날 7B 등 유명 록뮤지션들이 무대를 꾸몄다. 하지만 이날 모스크바에서만 1000명 넘는 시위대가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 10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무료로 바베큐와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축제 ‘미트 & 비트’가 열렸다. 대규모 항의시위가 예고되자, 시정부가 축제를 급조한 것이다.
의도가 불순하다보니, 반응은 싸늘했다. 샤슬릭 라이브 공연 주최측은 약 30만5000명이 참석했다고 밝히는 등 성공적인 축제였다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공연 주최측이 띄운 공연장 헬기 사진 속 인원을 일일이 세어보면서 많아봐야 1만명이었다고 반박했다. 급조된 축제가 어떻게 세계 최대 야외 음악축제인 영국 글래스톤베리보다도 인원이 1.5배 많을 수 있냐며 비꼬기도 했다.
몇몇 뮤지션들은 축제를 보이콧했다. 샤슬릭 라이브 출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밴드 브라보와 테킬라재즈는 ‘시정부가 마음대로 집어넣은 것’이라며 출연을 거부했다. 보이콧 의사를 밝힌 로커 알렉세이 코르트네프는 메두자와 인터뷰에서 “선거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정말 총체적으로 수치스럽다”면서 출마 금지된 후보들을 지지했다. 미트 & 비트 축제 출연을 거부한 밴드 쿠라라 리더 올렉 야고딘은 소셜미디어에 진압 경찰들의 폭력적인 진압을 지적하면서 “경찰봉을 휘두르는 남자들을 배불리게 하느니 그냥 구걸하는 편이 낫겠다”고 썼다.
일부 뮤지션들은 아예 반정부 시위에 참석했다. 공격적인 사운드가 돋보이는 테크노팀 IC3PEAK을 비롯해 페이스 등 유명 래퍼들은 10일 모스크바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석해 힘을 보탰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개막식에 난입해 화제가 됐던 반정부 성향 록밴드 푸시 라이엇 멤버들은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체포되는 일이 있더라도 반정부 시위에 많이 참석해야 한다’고 시민들을 독려했다.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5년 전 러시아 영토로 병합된 크림반도의 도시 세바스토폴을 방문했다. 민족주의자 폭주족 단체 ‘나이트 울브스’ 행사에 참석해 가죽재킷을 입은 채 오토바이를 몰았다.
러시아가 문화행사를 앞세워 반정부 여론을 누그러뜨리려는 시도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가디언은 2011년 러시아 총선 조작 의혹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을 때도 관제 축제가 많이 열렸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정부는 버스까지 동원해 관제 축제에 사람들을 실어다 날랐다. 당시 관제 축제 참석 인원은 총 15만명으로 반정부 시위 참여자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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