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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트럼프가 만든 아수라장서 아사드만 신났다

시리아 정부군이 14일(현지시간) 쿠르드족을 터키군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러시아군과 함께 북부 접경지대 도시 만비즈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만비즈는 2012년 미군의 대테러전 파트너인 쿠르드민병대(YPG)가 이슬람국가(IS)로부터 탈환한 이래 시리아 정부군이 단 한번도 진입하지 못했던 곳이다. 

 

이날 군대 투입은 앞서 미국 정부가 시리아 북부 터키 접경지대에서 약 1000명의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한 지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테러전 파트너를 저버리는 등 무책임한 결정으로 중동지역 혼란만 가중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만 이득을 보고 있는 셈이다.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지역 도시 카미실리에서 14일(현지시간) 터키군의 공습으로 숨진 시리아민주군(SDF) 대원들의 장례식이 치러진 가운데, 한 유족이 희생자 사진 앞에서 울고 있다. 카미실리AFP연합뉴스

 

현재 상황은 여러모로 아사드 정권에 유리하다. 쿠르드족이 터키의 거센 공세에 맞서 아사드 정권에 의존하는 상황이 되면서 당장 쿠르드 지역정부와 자치권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 쿠르드족은 대테러전 과정에서 시리아 전체 영토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자치지역을 북동부에 구축했다. 특히 곡창지대와 유전이 몰려 있어 시리아에서도 알짜배기 땅으로 분류된다. 아사드 정권 입장에서는 그동안 미국이 버티고 있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터키의 공격, 미군의 철수로 상황이 달라졌다. YPG는 앞서 시리아 정부군에 군사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히면서 “고통스러운 양보를 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지만 쿠르드 자치지역 축소 내지는 자치권 축소 등을 제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터키군이 시리아 내 쿠르드 지역에 화력을 집중하는 사이, 시리아 정부군이 그동안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반군지역을 밀어버릴 가능성도 높아졌다.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고 현재 전체 국토의 약 62%를 수복했다. 하지만 나머지 지역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고 있는 터키·이란이 장악하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 반군을 지원하는 터키는 알레포를 비롯해 북서부 일대에 시리아 전체 영토의 10%에 해당하는 지역을 차지했다. 아사드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군사지원을 등에 업고 수니파 반군조직을 칠 절호의 기회다. 

 

아사드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미국 정부의 잘못된 판단 덕분에 이제까지 정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날 칼럼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아사드 정권만 더욱 공고해졌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사드 정권을 교체하겠다면서도 가장 확실한 방법인 미군 지상전 투입 카드를 배제했다. 시리아 정부군이 내전 도중 반군지역에 화학무기 사용을 경고하면서도 끝내 응징하지 않았다. 그 사이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군의 반군지역 공습 지원을 등에 업고 2015년 9월부터 북서부 이들리브를 제외한 모든 지역 전투에서 승리했다. 

 

트럼프 대통령까지 이어진 미국의 오판으로 인한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만비즈 주변에 시리아와 터키 군대가 집결하면서 양국 간 전면전 기운까지 감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외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터키와 진행하고 있던 무역협상을 즉시 중단하고 터키 전·현직 관리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등 제재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미국이 터키산 철강에 매기던 관세율도 50%로 다시 인상한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