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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네타냐후, 연정협상 마감 사흘 앞두고 포기…세번째 선거에 승부수 띄우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70·사진)가 21일(현지시간) 연정구성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연정구성 권한이 지난달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한 제1 야당 청백당 대표 베니 간츠에게 주어지면서, 역대 최장수 총리 네타냐후의 정치 운명이 막을 내릴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간츠 대표도 연정구성에 성공할 가능성이 낮아 이스라엘 역사상 최초로 1년 새 3번 선거가 치러지며 혼란상이 이어질 수 있다. 네타냐후가 오히려 세번째 선거를 노리고 벌써 선거운동에 들어갔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지난 몇주 간 세번째 선거를 막고 통합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간츠 대표를 설득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간츠 대표가 거절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연정구성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성명을 내어 리블린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의 연정 구성권 반환 신청을 받아들였다면서 간츠 대표에게 정부를 구성하도록 명령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연정구성 협상 마감 시한보다 며칠 앞서 더 이상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통상 마감시한을 다 쓰고 추가로 2주의 협상기간을 달라고 요구하는 모습과는 다르다. 현지언론들은 네타냐후가 스스로 자신이 주도하는 연정구성은 가망이 없다고 보고, 차라리 빨리 세번째 선거를 준비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타냐후는 선거기간 3건의 부패혐의 의혹을 받으며 흔들렸고, 리쿠드당은 32석을 얻는 데 그치며 1당 자리를 청백당(33석)에 내줬다.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협상을 빨리 포기한 것은 그만큼 간츠 대표가 주도하는 연정구성 협상도 전망이 밝지 않다고 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간츠가 이끄는 중도좌파 블록의 의석수는 54석이다. 의회 과반 61석에 7석이 모자란다. 연정구성 시나리오는 여럿 있다. 첫번째는 네타냐후 소속 정당 리쿠드당 일부 의원들의 이탈하는 것이다. 일부 유대교 정당들이 네타냐후 주도의 우파·유대교 정당 블록에서 떠나 간츠를 지지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전직 국방장관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이 대표로 있는 극우 이스라엘베이테누당(8석)이 아랍 정당들과 함께 간츠 주도 블록을 지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모두 실현 가능성이 낮다. 


간츠의 청백당은 이날 스스로 연정 구성 가능성을 낮추기도 했다. 성명에서 “자유 대통합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세속주의 정당끼리만 연대하겠다는 뜻으로 사실상 아랍계 정당을 배제한 것이다. 하지만 청백당이 이스라엘베이테누당을 끌어들인다고 해도 52석에 불과해 연정구성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간츠 대표마저 연정구성에 실패할 경우 이스라엘은 역사상 최초로 1년 새 세번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스라엘은 연정붕괴로 지난 4월과 9월 두차례 총선을 치른 바 있다.

 

이스라엘 정치권 전체로 보면 혼란상이 이어지겠지만,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CNN은 네타냐후가 이날도 아랍계 정당들을 비난하는 등 극우 메시지를 전파하면서 벌써 세번째 선거 캠페인에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는 페이스북 영상에서 아랍계 정당을 테러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들에 의지하는 정부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현지언론 하레츠는 이미 네타냐후의 부패혐의에 대한 검찰 심리가 시작됐고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기소될 경우 재판이 예루살렘 지방법원에서 열리는데 무죄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네타냐후 입장에서 세번째 선거는 써볼만한 카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