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

미국 재무장관 된 ‘압류의 왕’ 스티븐 므누신


13일(현지시간) 미국 재무장관에 취임한 스티븐 므누신.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의 스티븐 므누신이 재무장관에 취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월가를 비난했지만 정작 경제정책을 앞장 서서 이끌어야할 재무장관 자리에 월가 인사를 앉혔다. 므누신은 금융위기 당시 운영했던 은행 원웨스트가 대출금을 갚지 못한 사람들의 주택을 무차별적으로 압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적격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13일(현지시간) 공화당 몰표로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찬성53 대 반대 47, 공화당은 모두 찬성했고 민주당 찬성표는 단 한 표에 불과했다.


트럼프 정부는 므누신이 금융 분야에서의 경험을 살려 장관직을 잘 수행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므누신이 차관 등 핵심요직에 월가 인사들을 대거 발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의 월가 규제는 물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므누신은 2009년 투자자들을 모집해 금융위기로 파산한 모기지 업체 인디맥을 사들이고 원웨스트로 이름을 바꿨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원웨스트가 압류한 주택은 약 3만6000채로 추정되며, 이 중에는 단돈 27센트를 안 내 압류를 당한 90세 노파도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맥신 워터스는 므누신을 “압류의 왕”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덩치를 불린 원웨스트는 2015년 CIT그룹에 매각돼 큰 수익을 올렸다. 므누신과 초기 원웨스트 투자자들은 이 거래로 약 15억달러의 이익을 봤다.


므누신의 순자산 가치는 총 4억달러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미 정부 관료를 지낸 인물 중 가장 부자다. 월가를 규제하고 저소득 노동자를 위한 정부가 되겠다고 약속한 트럼프의 말에 비추어 볼 때 적합한 인물이라고 보기 어렵다. 민주당은 그가 1억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상원재정위원회에 신고할 때 누락한 사실을 비난하기도 했다. 므누신은 단순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또 대표적인 조세도피처인 케이맨 제도에 세워진 회사 듄캐피털에 이사로 등재돼 있긴 하지만 개인 탈세목적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공화당은 여러 논란에도 므누신의 금융전문가로서 경력을 강조하며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므누신은 똑똑하고 충분히 장관직을 수행할 역량을 갖춘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므누신은 재무장관으로서 세제 개편, 통화 발행, 경제 제재조치 등을 관장하게 된다. 하지만 므누신이 차관 등 요직에 월가 인사들을 배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월가 규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폴리티코는 므누신이 재무부 차관으로 골드만삭스의 수석 투자가인 짐 도노반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에서 24년째 일한 도노반은 현재 파트너 겸 상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출신인 저스틴 무지니히는 국내재정 차관이나 고문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관과 달리 고문직은 상원 인준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