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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멕시코 민족주의 좌파 지도자 대권 탄력

ㆍ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시장 “인권 유린에 맞서 싸우자” 여론조사 지지율 선두 질주
ㆍ‘트럼프에 저항 한번 못한 죄’ 멕시코 대통령 국민적 질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화가 난 멕시코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12일(현지시간) 수도 멕시코시티를 비롯해 과달라하라, 몬테레이, 모렐리아 등 20여개 도시에서 반트럼프 시위대 수만명이 거리를 행진했다. 엑셀시오르 등 현지 언론들은 멕시코시티에만 2만명 넘게 모였고 대형 현수막과 멕시코 국기가 거리를 뒤덮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 집권 제도혁명당(PRI)에도 화살을 돌렸다.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설치비용까지 물리겠다는 트럼프에게 저항 한번 제대로 못한 페냐 니에토를 질타한 것이다. 페냐 니에토가 트럼프에게 끌려다니는 사이 민족주의 성향의 좌파 지도자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멕시코시티 시장(사진)은 유력 대선후보로 급부상했다. 트럼프 취임 이후 민족주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내년 대선에서 ‘만년 여당’인 PRI의 재집권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모레나(MORENA·국가재건운동) 소속인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33%로 선두를 달린 반면 PRI 후보 미구엘 앙헬 오소리오의 지지율은 20%에 그쳤다.


탄력을 받은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행보는 민첩했다. 그는 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도심 광장에서 수백명의 멕시코인들과 이민활동가들 앞에서 연설을 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 단속을 겨냥해 “인권을 유린하고 증오를 부추기는 움직임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높은 실업률과 소득 감소는 멕시코 노동자들 때문이 아니라 정부 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멕시코가 이득을 봤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랬다면 멕시코가 지금처럼 경기침체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와 페냐 니에토 정부 양쪽을 비판한 셈이다.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두 달간 미국 7개 도시를 돌며 미국 내 멕시코인 3500만명을 규합할 계획이다.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2006년과 2012년 대선 때 민주혁명당(PRD) 후보로 나서 근소한 표차로 패배했다. 페냐 니에토 정부가 트럼프에게 난타당하는 상황에서 점점 더 민족주의를 강조하며 차별성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가 수출보다 내수 진작에 초점을 맞추는 경제정책을 호소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