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가족 영주권, 배우자·21세 미만 자녀로 한정
‘불법 이민자’를 범죄자로 몰아붙여 추방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정책에 한술 더 떠 공화당에서 합법적 이민자 숫자도 대폭 줄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이 합법적 이민자 수를 향후 10년간 절반으로 줄이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법안을 발의한 사람들은 톰 코튼 상원의원(사진·아칸소주)과 데이비드 퍼듀 상원의원(조지아주)이다. 두 사람 모두 이민자와 난민에 대한 반감을 등에 업고 2015년 처음 연방상원에 진출한 초선의원들이다. 이들이 전날 발의한 ‘고용 강화를 위한 미국이민 개혁법안(RAISE)’은 현재 100만명이 넘는 연간 신규 영주권 취득자 수를 10년 내 50만명까지 떨어뜨리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이민시스템에 반세기 만에 일대 격변이 일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965년 통과된 ‘역사적인’ 이민·국적법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세계 전역에서 온 사람들에게 국경을 열어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게 했는데, 50여년 만에 대대적인 ‘이민자 줄이기’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코튼과 퍼듀는 저숙련 노동자 간 경쟁이 점차 과열되고 있다면서, 이들의 임금하락을 막기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코튼은 기자회견에서 “이런 상황을 바꾸지 않는다면 아메리칸드림은 멀어지고 영원히 하층민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저학력 블루칼라 노동자들에게 호소해 대선에서 이긴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를 되풀이한 셈이다. 다만 숙련노동자 취업비자는 제한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코튼은 이 문제를 놓고 트럼프와도 긴밀하게 협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의 측근인 반이민 강경파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등도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39세로 최연소 연방 상원의원인 코튼은 정치경력은 짧지만 트럼프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가 시동을 건 이민규제에 맞춰, 의회에서 이를 뒷받침할 첫 법안을 생산해낸 셈이다.
이들이 내놓은 안에 따르면, 우선 최근 5년간 미국으로의 이민자 수가 5만명이 못 되는 나라를 대상으로 실시해온 추첨영주권 제도를 없앤다. 이미 미국에 들어온 가족과 합류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내주는 영주권을 줄여 배우자와 21세 미성년 자녀의 결합에만 한정하기로 했다. 직계 부모와 형제자매, 성인 자녀들은 가족 초청 이민제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코튼은 “시행 첫해에 신규 영주권자를 60만명으로 줄이고, 총 10년 동안 연간 이민자 수를 50만명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내상원 표결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이 더욱 공세적인 이민규제를 펴나갈 것임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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